이탈리아의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 한가운데 자리한 도시 파르마(Parma). 솔직히 처음엔 이곳이 이렇게 매력적인 곳일 줄 몰랐다. 피렌체나 베네치아처럼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라서 큰 기대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 담백함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차역을 나서자마자 느껴진 건 ‘고요함’이었다. 사람들은 급하지 않았고, 거리에는 여유로운 공기가 흘렀다. 도시 전체가 햇살에 물든 듯 따뜻했고, 나는 그 순간부터 천천히 이곳의 리듬에 맞추기로 했다.파르마는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특히 파르마 햄(Prosciutto di Parma)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esan 치즈)는 이곳의 자부심이다. 첫날 점심, 작은 트라토리아에 들어가 햄과 치즈가 올려진 파스타를 주문했다. 접시가 눈앞에 놓이자마자 코끝을 자..
이탈리아의 중심부, 움브리아 주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도시 페루자(Perugia). 로마나 피렌체에 비하면 조용하고 덜 알려진 곳이지만,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진짜 ‘이탈리아의 숨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페루자를 찾은 건 늦여름 오후였다.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순간, 역 앞의 언덕길을 오르며 ‘아, 여긴 천천히 걸어야 하는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페루자는 도시 전체가 언덕 위에 있기 때문에 길 하나하나가 오르막과 내리막이다. 돌로 깔린 좁은 골목을 걸을 때마다 신발 밑창에 오래된 시간들이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골목 양옆으로는 오래된 벽돌 건물들이 이어졌고, 그 위로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문 앞에 화분을 가득 늘어놓은 집도 있었고, 창문 틈..
리보르노(Livorno)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처음부터 넣어둔 도시는 아니었다. 피사와 피렌체 사이를 오가던 중 우연히 지도를 보다가, 바다를 끼고 있는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리보르노. 그 이름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가기로 했다. 여행 중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나 ‘계획에 없던 길’에서 찾아온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리보르노 항구, 바람 속에서 시작된 하루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짭조름한 바닷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바람은 상쾌했다. 리보르노는 항구도시답게 바다의 기운이 도시 전체에 스며 있었다. 오래된 창고와 선착장, 그리고 작은 어선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은 다른 이탈리아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투박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의 카타니아(Catania)는 ‘불과 바다의 도시’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북쪽에는 늘 연기를 내뿜는 에트나산이 서 있고, 남쪽에는 짙푸른 지중해가 펼쳐져 있다. 두 극단이 공존하는 곳.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이 도시의 공기에서 묘한 긴장감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꼈다. 카타니아의 거리는 오래된 돌길로 이어져 있고, 그 돌마다 시칠리아 사람들의 발자국과 숨결이 남아 있었다. 낮에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삶’이 늘 강렬하게 느껴졌다.에트나산 아래, 생명력이 살아있는 도시카타니아는 에트나산이 만든 도시다. 화산이 무너뜨리고, 다시 그 자리에 사람들이 삶을 세웠다. 그래서 이곳의 건물 대부분은 화산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