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의 내륙 도시, 베네벤토(Benevento)는 처음엔 그 이름조차 낯설었다. 나폴리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이 도시는,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묘한 공기를 풍겼다.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서자마자 돌길 사이로 퍼지는 따뜻한 햇살, 오래된 벽돌 냄새, 그리고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를 맞이했다. 이곳은 관광지의 번잡함보다는, 시간의 느림과 일상의 온기가 남아 있는 곳이었다.고대의 흔적 속을 걷다베네벤토는 로마 시대부터 중요한 도시였다. 아피아 가도가 지나던 요충지였고, 지금도 그 흔적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트라야누스 개선문(Arco di Traiano)’이었다. 회색빛 대리석에 새겨진 정교한 부조들은 2천 년의 세월을 ..
이탈리아 중서부 토스카나의 해변 도시 폴로니카(Follonica)는 이름만 들어도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듯한 곳이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소박한 해변을 좋아하는 나에게 폴로니카는 완벽한 여름의 은신처였다. 피렌체에서 차로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순간, 도로 옆으로 펼쳐진 아드리아 해의 푸른빛이 내 시선을 완전히 빼앗았다. 바람은 짭조름했고, 햇살은 유리잔 속 와인처럼 반짝였다. 도시에 들어서자 나지막한 건물들과 길가의 야자수, 그리고 해변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걸음이 한눈에 들어왔다.햇살이 만든 도시의 리듬폴로니카의 아침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에 바닷가를 걸으면, 그 순간이 마치 세상의 시작 같았다. 모래 위에 발자국이 선명히 찍히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이탈리아의 해안 도시 중에서도 페스카라(Pescara)는 조금 다르다. 유명 관광지처럼 북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조용해서 지루하지도 않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사람과 바다, 그리고 바람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처음 그 이름을 지도에서 발견했을 때만 해도 단지 하룻밤 묵는 여정의 중간 지점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마음속 어딘가가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이 도시는 ‘그냥 흘러가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첫인상, 아드리아해의 바람기차에서 내려 플랫폼에 서자마자, 얼굴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쳤다. 그 바람엔 바다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조금 걸어가니 눈앞이 확 트였다. 끝없이 펼쳐진 아드리아해가 눈앞에 있었다. 파도는 거칠지 않고 일정한 리듬으로 해변을 두드렸고, 그..
스페인 발렌시아는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햇살의 질감이 다르다. 마드리드의 뻣뻣한 열기와도,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속도감과도 전혀 다른 공기가 흐른다. 바람이 살짝 염분을 머금고 있었고, 거리의 벽들은 햇빛에 조금씩 색이 바래 있었다. 하지만 그 바램조차도 아름다웠다. 발렌시아는 ‘낡음’과 ‘빛남’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도시였다. 마치 오래된 그림 속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랄까.햇살 아래의 골목, 그리고 바다로 향하는 길숙소 근처 좁은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닥의 돌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길 위로 걸을 때마다 신발 밑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낯설지 않게 들렸다. 문득 골목 끝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엔 unmistaka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