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오 데 자네이로는 나에게 ‘음악처럼 흘러가는 도시’였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껴졌던 건 공기 속의 리듬이었다. 브라질의 열기라는 게 단순히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사람들의 웃음, 거리의 색, 바람의 흐름까지 모든 게 살아 움직였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악보 같았다. 그리고 그 악보 위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춤추고 있었다.코파카바나 해변, 리오의 심장리오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매일 아침 코파카바나 해변(Copacabana Beach)을 찾았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은 해변을 따라 달리고 있었고, 파도소리와 함께 도시가 천천히 깨어났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면 바람이 발끝을 간질였고,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남미의 태양은 강렬했지만, 리오의 바..

모리오카라는 도시는 처음엔 그저 지나치는 이름이었다. 도쿄나 센다이처럼 화려하지 않고, 관광책자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그 이름에 머물렀다. ‘모리오카.’ 어쩐지 부드럽고 느리게 흘러갈 것 같은 소리였다. 그래서 도호쿠 여행 중 하루를 비워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참 잘한 일이었다.북쪽의 작은 도시, 첫인상은 ‘고요함’센다이에서 신칸센을 타고 두 시간을 달리면 모리오카에 도착한다. 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공기는 확실히 달랐다. 도시의 중심인데도 공기가 묘하게 깨끗했다. 역 앞 광장은 조용했고, 사람들은 바쁘지 않게 움직였다. 어떤 노인이 천천히 자전거를 타며 지나갔고, 고등학생들은 웃으며 빵을 나눠 먹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센다이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기’였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냄새가 아니라, 조금은 느리고 푸른 냄새였다. 역 앞을 나서자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여름 햇살에 반사된 녹음이 눈부시게 번졌다. 일본 사람들은 센다이를 ‘숲의 도시(杜の都)’라고 부르는데, 그 말이 정말 실감났다. 도시 한복판임에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탄넨지에서 시작된 여름의 하루센다이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들른 곳은 탄넨지(瑞鳳殿)였다. 이곳은 센다이를 세운 다테 마사무네의 영묘로, 일본 역사 속에서도 손꼽히는 장군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길은 나무 향으로 가득했고, cicada(매미) 소리가 여름의 리듬을 만들어 주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땀이..

사카타라는 도시는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사람들이 덜 찾는 곳에는 오히려 진짜 일상이 살아 있고, 관광지의 틀에 갇히지 않은 풍경이 있다고 믿었거든요. 실제로 발을 들여놓은 사카타는 제 예상보다 훨씬 따뜻하고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였습니다.옛 항구 도시에서 만난 시간의 잔상사카타를 처음 마주한 건 항구였습니다. 바다와 맞닿은 항구에는 아직도 어선들이 드나들고 있었고, 바닷바람 속에는 비릿하면서도 신선한 냄새가 묻어났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하얀 창고 건물들을 바라보며, 이곳이 한때 무역으로 번성했던 도시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특히 산쿄 소코(山居倉庫)는 사카타를 대표하는 장소였습니다. 100년 넘게 쌀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