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 호수를 따라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세상이 조금씩 부드러워집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호수 위로 햇살이 미끄러지듯 떨어질 때쯤, 마침내 ‘벨라지오(Bellagio)’라는 이름이 담긴 작은 표지판이 보입니다.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코모 호수 한가운데 자리한, 그림 속 마을 같은 곳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호수의 진주’라 부르는데, 실제로 와보면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이 조용하지만 풍요롭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그런 곳이니까요. 햇살이 머문 골목, 그 길 위를 걷다벨라지오의 중심은 언덕 위로 이어진 돌계단 골목입니다. 가게마다 파스텔 톤의 창문이 열려 있고, 어딜 가든 향긋한 커피 냄새가 납니다. 길가에 놓인 테라스 의자에 앉..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에 자리한 코모(Como)는 ‘호수의 도시’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여행 중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기의 투명함이었다. 도심의 소음이 사라지고, 눈앞엔 유리처럼 맑은 호수가 있었다. 잔잔한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고, 멀리 알프스 산맥의 능선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 장면 하나로 모든 피로가 녹아내렸다. 나는 그날,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저 코모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걷기로 했다.아침의 코모, 잔잔한 물결 속 산책이른 아침의 코모는 도시보다 자연이 먼저 깨어 있었다. 호숫가 벤치에는 새들이 앉아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조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호수 앞에 앉았다. 컵에서 올라오는 김과 호수 위의 아침 안개가 섞..
이탈리아의 중심부에 자리한 볼로냐는 처음엔 이름조차 낯설었다. 로마나 피렌체, 베네치아처럼 화려한 명성을 가진 도시는 아니지만, 묘하게 마음을 끄는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붉은 도시’라 부른다. 건물 대부분이 붉은 벽돌로 지어져서이기도 하고, 이 도시가 오래전부터 지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을 품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그 붉은 빛의 의미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봄날,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40분을 달려 볼로냐에 도착했다.첫인상, 포르티코 아래를 걷다기차역을 나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끝없이 이어진 아치형 회랑, ‘포르티코(Portico)’였다. 볼로냐에는 이런 포르티코가 도시 전체에 40km 넘게 이어져 있다. 햇빛이 강한 낮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사람들은 그 아래를 따라 걷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의 한가운데, 관광객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덜한 도시 브레시아. 밀라노나 베로나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나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여행 중 어느 날, 소란스러운 대도시의 리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날이었다. 무작정 기차표를 끊어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 브레시아였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느껴진 첫인상은 '고요함'이었다. 북적거리는 상점도, 셀카를 찍는 무리도 없었다. 그 대신 오래된 건물 벽을 타고 내려오는 햇살, 좁은 돌길 위를 느리게 걷는 사람들의 여유, 그리고 묵직한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이 있었다.브레시아 대성당 앞에서 느낀 고요한 무게브레시아의 중심인 두 개의 성당, ‘두오모 베키오(Duomo Vecchio)’와 ‘두오모 누오보(Duomo Nuov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