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 이름부터 어딘가 낯설고 이국적이었지만, 실제로 도착해 보니 도시의 공기 자체가 독특했습니다. 조지아의 수도이자 코카서스의 관문인 이곳은,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길목답게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길마다 서양식 발코니와 동양적 장식이 뒤섞여 있었고, 오래된 성당과 모스크, 그리고 현대적인 카페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걸음을 옮기는 순간, 저는 ‘이 도시에는 이야기가 많겠다’는 걸 직감했습니다.구시가지 골목에서 만난 시간의 흔적트빌리시 여행의 첫 시작은 구시가지였습니다. 낡았지만 따뜻한 색감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발코니에는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벽돌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집들도 많았는데, 그 흔적조차도 마치 이 도시가 걸어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했습니..
아키타. 일본 동북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이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가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죠. 그래서 저는 더 궁금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 도시는 어떤 풍경을 품고 있을까? 그 호기심 하나로 떠난 아키타 여행은, 제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사람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진짜 여행의 도시였습니다.눈 내리는 겨울 아키타, 하얀 고요 속을 걷다제가 처음 아키타를 찾았던 건 겨울이었습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쳤고, 거리는 고요하게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흔히 듣는 자동차 소리나 사람들의 부산스러움 대신, 푹신한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거리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 길을..
일본 혼슈의 맨 끝자락, 바다와 맞닿은 도시 시모노세키. 사실 처음 이곳을 여행하기 전까지는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후쿠오카와 가까워 단순히 들르는 정도의 도시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발을 내딛자마자 바닷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짙은 소금 향기와, 항구 도시 특유의 활기가 저를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시모노세키는 단순한 바닷가 도시가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곳이었습니다.간몬 해협, 바다가 만든 드라마시모노세키에서 가장 먼저 만난 건 간몬 해협이었습니다. 혼슈와 규슈 사이를 잇는 좁은 바닷길인데, 양쪽을 오가는 배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며 그 활기를 더합니다. 해협 옆 산책로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니, 거대한 유조선부터 작은 어선까지 끊임없이 바다를 가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간몬 해협을 바라..
미국 중서부를 여행하다 보면 대부분은 시카고나 미네아폴리스를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차로 두 시간 정도만 달리면, 전혀 다른 매력을 품은 도시 밀워키에 닿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맥주 도시’라는 이미지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단순히 맥주 공장만 있는 곳이 아니더군요. 호수와 맞닿은 도시 풍경, 공업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변신한 흐름,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일상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 바로 밀워키였습니다.밀워키의 상징, 밀러 맥주와 브루어스밀워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맥주입니다. 이곳은 ‘맥주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역사적으로 맥주 산업이 번성했던 곳입니다. 저는 직접 밀러 맥주 공장 투어에 참여했는데, 커다란 양조 탱크를 눈앞에서 보니 ‘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