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리오마조레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바다 위로 기울어진 오렌지빛이었어요. 저녁 해가 천천히 내려앉으며 마을의 집들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바람은 염분 섞인 냄새를 실어 나르고 있었죠.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들려오는 파도소리, 그리고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이탈리아어의 리듬. 그 순간,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담긴 마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색으로 살아 숨 쉬는 마을리오마조레는 친퀘테레 중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이에요.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서로 기대듯 경사진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죠. 처음 골목을 걸을 때, 마치 동화 속 미니어처 마을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노랑, 분홍, 주황, 초록으로 칠해져 있고, 창문마다..
리오 데 자네이로는 나에게 ‘음악처럼 흘러가는 도시’였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껴졌던 건 공기 속의 리듬이었다. 브라질의 열기라는 게 단순히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사람들의 웃음, 거리의 색, 바람의 흐름까지 모든 게 살아 움직였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악보 같았다. 그리고 그 악보 위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춤추고 있었다.코파카바나 해변, 리오의 심장리오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매일 아침 코파카바나 해변(Copacabana Beach)을 찾았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은 해변을 따라 달리고 있었고, 파도소리와 함께 도시가 천천히 깨어났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면 바람이 발끝을 간질였고,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남미의 태양은 강렬했지만, 리오의 바..
모리오카라는 도시는 처음엔 그저 지나치는 이름이었다. 도쿄나 센다이처럼 화려하지 않고, 관광책자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그 이름에 머물렀다. ‘모리오카.’ 어쩐지 부드럽고 느리게 흘러갈 것 같은 소리였다. 그래서 도호쿠 여행 중 하루를 비워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참 잘한 일이었다.북쪽의 작은 도시, 첫인상은 ‘고요함’센다이에서 신칸센을 타고 두 시간을 달리면 모리오카에 도착한다. 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공기는 확실히 달랐다. 도시의 중심인데도 공기가 묘하게 깨끗했다. 역 앞 광장은 조용했고, 사람들은 바쁘지 않게 움직였다. 어떤 노인이 천천히 자전거를 타며 지나갔고, 고등학생들은 웃으며 빵을 나눠 먹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센다이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기’였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냄새가 아니라, 조금은 느리고 푸른 냄새였다. 역 앞을 나서자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여름 햇살에 반사된 녹음이 눈부시게 번졌다. 일본 사람들은 센다이를 ‘숲의 도시(杜の都)’라고 부르는데, 그 말이 정말 실감났다. 도시 한복판임에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탄넨지에서 시작된 여름의 하루센다이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들른 곳은 탄넨지(瑞鳳殿)였다. 이곳은 센다이를 세운 다테 마사무네의 영묘로, 일본 역사 속에서도 손꼽히는 장군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길은 나무 향으로 가득했고, cicada(매미) 소리가 여름의 리듬을 만들어 주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