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걷게 되는 두 골목이 있다. 바로 ‘산넨자카(三年坂)’와 ‘니넨자카(二年坂)’.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길목에 나란히 붙어 있는 이 두 골목은 여행자에게는 그저 ‘계단길’ 정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면, 이 두 길은 분명히 다르다. 풍경도, 분위기도,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말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길, 구조와 거리감의 차이우선 물리적인 구조에서부터 이 둘은 다른 인상을 준다. 니넨자카는 비교적 완만한 곡선형의 계단길이다. 계단이 낮고, 양옆으로 상점들이 조밀하게 붙어 있어 ‘길목을 따라 흐르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산넨자카는 경사가 더 가파르고, 직선적으로 뻗어 있다. 한눈에 계단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구조라 사진 찍기에 훨씬 좋다. 그래서인지 ‘산넨..
처음 교토를 여행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내 리스트에 올랐던 곳이 바로 ‘후시미이나리 타이샤’였다. 수천 개의 도리이가 줄지어 이어지는 그 비현실적인 풍경.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시작된 동경이 결국 발걸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직접 그곳을 밟아본 뒤, 나는 왜 이 신사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입장료는 무료, 그러나 시간은 비용이다후시미이나리 타이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교토 시내의 대부분 유명 사찰이나 정원들은 입장료가 300~1000엔 사이인 데 반해, 후시미이나리는 ‘국민신사’라고 불릴 만큼 많은 이들에게 열려 있다.하지만 입장료가 없다고 해서 대충 보고 나올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전체를 다 돌려면 최소 2시..
“삿포로에 왔으면, 꼭 타워는 올라가야지.” 여행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듣던 이 말을 나는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었다. 사실 ‘타워’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늘 비슷했기 때문이다. 도쿄타워, 오사카의 츠텐카쿠, 서울타워까지. 어딜 가나 비슷한 구조물이고, 전망만 보면 끝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삿포로타워에 올라가 본 날, 나는 그 생각을 슬그머니 접었다. 그건 단순히 높은 곳에서 본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결을 느끼게 해주는 ‘관찰’에 가까웠다. 삿포로타워는 어디에 있을까? 위치가 전부다삿포로타워는 홋카이도의 중심지, 삿포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오도리공원 바로 옆, 시계탑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정확히 말하면, 삿포로 시민들의 일상 한복판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랜드마크다.공항에서 삿포로역..
처음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나는 ‘츠텐카쿠’가 단순한 오래된 전망탑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사카성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우메다 스카이빌딩처럼 현대적이지도 않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츠텐카쿠는 그런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그곳은 단지 오르내리는 전망대가 아니라, 오사카라는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껴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곳이었다.츠텐카쿠가 품은 ‘낡음’의 가치츠텐카쿠는 일본어로 ‘하늘로 뻗은 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름만 보면 굉장히 위풍당당할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탑 자체는 아담하고, 주변 풍경과 묘하게 어울린다. 이곳은 처음엔 1912년에 세워졌고, 이후 화재로 붕괴된 뒤 1956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됐다. 그러니까 지금의 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