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작은 항구도시, 오타루. 삿포로에서 기차로 단 30~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곳은,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마치 오래된 영화 속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바다 냄새와 함께 스치는 바람, 그리고 어딘가 낡았지만 따뜻한 거리 풍경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천천히 만들죠. 저는 오타루를 두 번 다녀왔는데, 여름과 겨울 각각의 얼굴이 너무 달라서 마치 두 도시를 여행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오타루 운하, 그 고요한 물결오타루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운하입니다. 길게 뻗은 물길 양쪽으로는 옛 창고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여름에 갔을 때는 물 위에 배들이 느리게 지나가며 잔잔한 파문을 만들었고, 관광객들은 운하를 따라 걷거나 사진을 ..
삿포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긴 녹지, 오도리공원은 단순히 ‘도심 속 공원’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아쉬운 곳입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저는 삿포로 시계탑에서 길 하나 건너 펼쳐진 이 초록빛 공간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큰 공원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오도리공원은 삿포로 시민들의 쉼터이자,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무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도리공원의 역사, 실제로 걸으며 느낀 풍경, 그리고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오도리공원의 역사, 그리고 도시 속 의미오도리공원은 원래 공원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삿포로를 동서로 가르는 방화선이자 도로의 일부로 시작되었습니다. 1871년, 홋카이도 개척 시기에 도시를 구획하며 생긴 이 공간은..
비에이를 처음 찾은 건 여름이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무더운 한국을 피해 시원한 나라로 찾아보던중 여름의 삿포로도 낭만있다는 생각에 삿포로로 향했다. 홋카이도의 여름은 서울의 무더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습기 없는 시원한 바람,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초록 물결. 비에이 역에 내렸을 때, 마치 누군가 풍경화 속으로 나를 초대해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솔직히 사진으로는 절대 이 감정을 다 담을 수 없었다. 언덕 위에서 맞은 바람비에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파노라마 로드와 패치워크 로드다. 그날은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하얀 구름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멀리 보이는 산맥이 희미하게 푸른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언덕 위에 서자..
벳푸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온천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단순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오랫동안 바쁘게 살아오신 부모님께, 잠시나마 온전한 휴식과 편안함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효도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목적지를 벳푸로 정했다.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조용한 도시, 그리고 일본 온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 출발 전부터 마음이 한껏 설레었다.숙소 – 부모님이 먼저 웃으신 순간벳푸 역에서 내리자마자, 온천 특유의 유황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전통 료칸이었다. 체크인 로비에서부터 고즈넉한 분위기가 흘렀고, 직원분들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이웃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방에 들어서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