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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글리는 리구리아 해안에서도 유독 색감이 아름답고 정적인 매력을 품은 작은 항구도시다. 포르토피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제노바처럼 크지도 않지만, 이곳만의 조용하고 따뜻한 바다 공기는 도시보다 사람의 감정을 먼저 건드린다. 처음 카모글리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다보다도 파스텔톤으로 줄지어 선 건물들의 색감이다. 햇빛을 반사해 은은하게 빛나는 그 건물들이 항구와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오래된 그림책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장면처럼 현실감이 없다. 여행객에게 큰 계획이나 화려한 일정보다, 그저 바라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카모글리다. 이번 글에서는 카모글리를 처음 찾는 사람도 단번에 이 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안도시로서의 특징과 감성적인 매력, 그리고 직접 걸으며 마주한 풍경들을 중심으로 이 도시의 본질을 풀어본다.

이탈리아

해안도시 카모글리의 매력

카모글리를 해안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당연할 정도로, 이곳의 중심은 언제나 ‘바다’다. 하지만 카모글리의 바다는 여느 이탈리아 해안과 다르게 요란하지 않다. 파도가 크게 일렁이기보다 부드럽게 작은 항구를 감싸고, 해안 길을 따라 걸어도 시끄러운 상점이나 복잡한 인파에 부딪히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을 찾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진다. 바닥에 드리워진 고깔 모양 어망, 부서진 조개들, 항구에 정박한 작은 배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풍경이 여행자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카모글리 해변은 자갈 해변이지만, 오히려 이 점 때문에 파도 소리가 부드럽게 둔탁하게 울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해변을 따라 난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데, 이때 건물 외벽들이 햇빛을 받아 주황빛으로 물드는 장면은 이 도시가 왜 ‘감성의 도시’라고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든다. 저녁 무렵의 카모글리는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담긴 작은 마을처럼 느껴지고, 그 따뜻함이 여행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카모글리는 단순히 ‘예쁜 해안도시’가 아니라, 속도를 늦추고 감정을 천천히 정리할 수 있는 마을 같은 도시다.

카모글리의 감성을 만드는 요소

카모글리의 감성은 거창한 관광 명소보다는 소소한 풍경에서 만들어진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건물들인데,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예전 어부들이 바다에서 자신들의 집을 쉽게 찾기 위해 색을 다르게 칠한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카모글리 건물들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실제 삶의 흔적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 역사가 감성을 더 깊게 만든다. 또 하나의 매력은 마을 중심을 따라 이어지는 좁은 골목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작은 식료품점, 오래된 카페, 테이크아웃 피자를 파는 가게들이 잔잔하게 이어지는데, 이 모든 것들이 호들갑스럽지 않게 자연스럽다. 관광객을 위해 덜 꾸며진 듯한 느낌이 오히려 진짜 마을을 걷고 있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 특히 카모글리 골목에서는 빵 굽는 냄새, 생선 냄새, 커피 향이 순서 없이 마구 섞여 올라오는데, 이 향들이 도시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사람들은 바닷가 테라스에 앉아 와인을 한 잔씩 들고 여유를 즐기고 있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뛰어다니고, 노부부는 항구를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한다. 이런 풍경은 여행자가 아닌, 이곳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을 주어 이 도시가 주는 감성의 밀도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직접 걸으며 만난 카모글리의 풍경

카모글리를 가장 깊이 느끼고 싶다면 무조건 “걷기”가 답이다. 카모글리 해변에서 출발해 성당 쪽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도시 전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길이다. 걸을수록 바다 냄새가 진해지고,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감싸며, 눈앞에 있는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어느 지점에서는 해변과 건물이 나란히 이어진 넓은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또 다른 지점에서는 항구가 아래쪽으로 깊게 내려다보이는 멋진 장면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카모글리의 풍경 중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해 질 무렵 성당 근처에서 만난 장면이었다. 돌계단 위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굴뚝에서 저녁 식사 냄새가 흘러나오고, 바다는 금빛으로 반짝이며 조용히 잔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잠시 머물렀던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마음이 묘하게 뭉클해졌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항구 끝에서 바라본 카모글리 마을 전경이다. 파스텔톤 건물들이 해안선을 따라 층층이 올라간 모습은 그림으로 그려도 될 만큼 완벽한 구도였다. 이 풍경은 낮보다도 저녁의 색감이 훨씬 깊고, 바다가 한참 고요해졌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 있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여기서 하루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카모글리는 풍경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풍경 속에 내가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도시다.

카모글리는 화려한 관광지보다, 소박한 감성과 일상을 느끼며 여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도시다. 해안도시의 편안한 분위기와 파스텔톤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감성, 그리고 하루 종일 걸어도 질리지 않는 잔잔한 풍경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카모글리는 잠깐 머물러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며, 다시 돌아오고 싶어지는 도시다. 당신이 리구리아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카모글리를 일정 한가운데 두어보길 추천한다. 이 조용한 작은 마을이 어떤 여행보다 깊은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