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는 독일에서 내가 가장 늦게 찾은 도시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라인강 근처의 세련된 도시’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발을 들이니, 이곳은 단순히 화려하거나 현대적인 곳이 아니었다. 밤하늘 아래 빛나는 라인강, 느릿한 사람들의 걸음, 그리고 예술이 일상처럼 녹아든 거리. 그 모든 게 차분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라인강변의 밤, 도시의 호흡을 따라 걷다뒤셀도르프 여행의 시작은 라인강이었다. 해질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강변으로 향했다. 바람은 서늘했고, 물 위에는 금빛 반사가 일렁였다. 사람들은 잔디밭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강 옆 길을 달렸다. 어느 도시나 해질녘은 아름답지만, 뒤셀도르프의 저녁은 조금 달랐다. 도시가 ..
독일 뮌스터(Münster)는 여행 책자에서는 자주 보이지 않는 도시지만, 직접 가보면 그 이름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공기부터 달랐다. 차분하고 조용했다. 도시의 중심에는 오래된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지나간다. 그 모습이 마치 세상이 잠시 쉬고 있는 듯했다. 뮌스터는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도시다.프린치팔마르크트 거리에서 시작된 하루뮌스터의 중심은 단연 프린치팔마르크트(Prinzipalmarkt) 거리다. 양쪽으로 늘어선 건물들은 중세 시대 상인들의 회랑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아치형 기둥 아래를 걸을 때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 그 건축물들은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됐다가 다시 복원된 것들이라고 했다. 돌..
독일 브레멘은 내가 처음 ‘조용한 유럽’을 느꼈던 도시였다. 베를린이나 뮌헨처럼 화려하지도, 함부르크처럼 바쁘지도 않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 공기부터 달랐다. 새벽의 차가운 안개 사이로 종소리가 퍼지고,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오랜 세월의 숨결이 느껴졌다. 브레멘은 사람보다는 ‘시간’이 사는 곳 같았다. 도시 전체가 잠시 멈춰 있는 듯한, 묘한 평화가 있었다.슈노어 지구, 동화 속 골목을 걷다슈노어(Schnoor) 지구를 처음 걸었을 때, 마치 오래된 그림책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손바닥만 한 골목 사이에 붙어 있는 아기자기한 집들, 각기 다른 색의 창문틀, 그리고 벽에 걸린 손수 만든 표지판들. 관광객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엔, 오히려 주민들의 일상이 그대로 보였다. 작은 빵집 앞에서 노부부가 이야..
함부르크는 독일이라는 나라 안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공기를 품고 있는 도시다. 베를린이 정치의 중심이라면, 함부르크는 자유와 예술, 그리고 물의 도시였다. 북해와 연결된 거대한 항구, 운하가 얽힌 거리, 그리고 비가 잦은 회색 하늘. 처음 함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 흐릿한 하늘이 오히려 이 도시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걸음은 느긋했고, 바람은 소금기 섞인 향을 품고 있었다.운하 위를 걷는 아침, 물과 빛의 도시여행의 첫날 아침, 나는 ‘스파이허슈타트(Speicherstadt)’로 향했다. 붉은 벽돌 건물이 줄지어 선 이 창고지구는 함부르크의 상징이다. 19세기 무역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카페와 박물관, 디자이너 숍으로 변해 있었다. 좁은 다리를 건너며 물 위를 바라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