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해안 도시 중에서도 페스카라(Pescara)는 조금 다르다. 유명 관광지처럼 북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조용해서 지루하지도 않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사람과 바다, 그리고 바람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처음 그 이름을 지도에서 발견했을 때만 해도 단지 하룻밤 묵는 여정의 중간 지점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마음속 어딘가가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이 도시는 ‘그냥 흘러가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첫인상, 아드리아해의 바람기차에서 내려 플랫폼에 서자마자, 얼굴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쳤다. 그 바람엔 바다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조금 걸어가니 눈앞이 확 트였다. 끝없이 펼쳐진 아드리아해가 눈앞에 있었다. 파도는 거칠지 않고 일정한 리듬으로 해변을 두드렸고, 그..
스페인 발렌시아는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햇살의 질감이 다르다. 마드리드의 뻣뻣한 열기와도,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속도감과도 전혀 다른 공기가 흐른다. 바람이 살짝 염분을 머금고 있었고, 거리의 벽들은 햇빛에 조금씩 색이 바래 있었다. 하지만 그 바램조차도 아름다웠다. 발렌시아는 ‘낡음’과 ‘빛남’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도시였다. 마치 오래된 그림 속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랄까.햇살 아래의 골목, 그리고 바다로 향하는 길숙소 근처 좁은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닥의 돌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길 위로 걸을 때마다 신발 밑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낯설지 않게 들렸다. 문득 골목 끝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엔 unmistakab..
스페인 북부의 한가운데, 에브로 강을 따라 자리 잡은 사라고사는 여행자에게 독특한 감정을 안겨주는 도시다.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공기는 분명 마드리드의 바쁜 기운도, 바르셀로나의 화려함도 없었다. 대신 오래된 성벽의 그림자와 강가를 스치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느린 리듬이 있었다. 그 리듬 속에서 나는 내 걸음을 자연스레 늦췄다. 그날 오후의 햇살은 금빛이었고, 도시의 표면에는 세월의 결이 조용히 깃들어 있었다.에브로 강과 바실리카, 도시의 심장사라고사의 중심은 단연 에브로 강이다. 이 강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 중에서도, ‘푸엔테 데 피에드라’에서 바라본 풍경은 잊기 힘들다. 강 건너로는 거대한 ‘바실리카 델 필라르(Basilica del Pilar)’가 우뚝 서 있다. 그 돔 지붕 위의 타일들은 햇빛을..
프랑스 남부의 햇살은 유난히 따뜻하다. 그중에서도 몽펠리에는 그 빛을 가장 아름답게 품은 도시였다. 파리의 세련됨이나 니스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매력. 이곳은 조금 더 인간적이고, 조금 더 솔직한 도시였다. 여행을 시작한 첫날, 역 앞 광장에서 부는 바람 속에는 커피와 바게트,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코메디 광장, 도시의 심장 속을 거닐다몽펠리에의 중심은 단연 ‘코메디 광장(Place de la Comédie)’이다.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이름보다 분위기에 있다. 원형으로 펼쳐진 넓은 광장 한가운데에는 분수가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싼 건물들은 모두 고풍스럽다. 오래된 석조 건물 위로 햇살이 부드럽게 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