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라시키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교토나 오사카처럼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었고, 오카야마 근처의 작은 도시 정도로만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발을 들여놓은 순간,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구라시키는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미관지구를 걷고 있으면 ‘이 길 위를 수백 년 전에도 누군가 걸었겠지’라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미관지구, 흘러가는 운하와 하얀 벽의 거리구라시키 여행의 핵심은 단연 미관지구였습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흰 벽의 창고들과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제가 이전에 보았던 일본의 다른 도시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운하 위에는 관광객을 태운 작은 배가 천천히 떠 있었고, 노를 젓는 사람의..

와카야마시는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어딘가 평온한 느낌을 주는 도시였습니다. 오사카나 교토처럼 화려한 명소가 넘쳐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북적임이 덜한 만큼, 도시의 숨결과 바람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와카야마에 도착했을 때,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바다 냄새와 오래된 성의 위엄, 그리고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와카야마성에서 느낀 시간의 무게와카야마 여행의 첫걸음은 역시 와카야마성이었습니다. 성 입구로 향하는 길은 고즈넉한 나무들과 돌담이 이어져 있었고, 걷는 내내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습니다. 마치 오래된 시간의 벽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요. 성의 하얀 벽과 검은 기와는 멀..

빌니우스라는 이름은 어딘가 부드럽고 시적인 울림을 갖고 있었습니다. 발트 3국 중 라트비아의 리가와 에스토니아의 탈린이 먼저 떠올랐던 제게, 빌니우스는 조금 낯선 수도였죠. 하지만 이 도시를 직접 만났을 때, 저는 곧바로 빌니우스의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품에 안기고 말았습니다. 화려함을 앞세우지 않고, 차분한 일상과 오래된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도시. 그게 빌니우스의 첫인상이었습니다.올드타운, 길 위에서 만난 중세의 숨결빌니우스 올드타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답게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역사서 같았습니다.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양식이 뒤섞인 건축물들이 이어지고, 그 안에서 카페와 작은 상점들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성 안나 교회 앞에 섰을 때의 감동은..

클라이페다라는 이름을 처음 지도에서 발견했을 때, 솔직히 말해 그저 작은 항구 도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나 예술적인 카우나스에 비하면 여행자들의 관심이 덜한 곳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발을 디딘 순간, 클라이페다는 ‘묵직한 일상과 자유로운 바람이 함께 머무는 도시’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발트해의 바람은 이곳을 거칠게 스쳐 갔지만, 도시 자체는 의외로 따뜻하고 사람 냄새가 가득했거든요. 도시를 거닐며 만난 클라이페다의 리듬클라이페다 올드타운은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담함 덕분에 오히려 더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좁은 돌길을 걸을 때마다 붉은 벽돌 건물과 독일풍 목조 건축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는데, 이 도시가 과거 독일과 러시아, 리투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