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할 때 대부분이 피사를 하루 일정으로만 넣는다. ‘기울어진 탑’을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떠나는 도시,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해 하루 이상 머물러보니, 피사는 단순한 명소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탑 너머에 숨은 사람들의 일상, 느릿한 오후의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감정들. 이번 여행은 그 ‘조용한 피사’를 마주한 기억이다.기울어진 탑 앞에서, 관광객이 아닌 한 사람으로 서다피사 중앙역을 나서면 길게 뻗은 도로 끝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게 보인다. 모두가 같은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 바로 ‘피사의 사탑(Leaning Tower of Pisa)’. 가까워질수록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탑을 손으로 떠받치는 포즈, ..
브라질이라 하면 대부분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이나 상파울루의 번잡한 거리부터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내가 향한 곳은 조금 달랐다. 브라질 남부, 해발 900미터 고지에 자리한 도시 ‘쿠리티바(Curitiba)’. 사람들은 이곳을 “브라질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단순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도시 전체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도시가 어떻게 그렇게 조용한 품격을 지니게 되었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첫인상, 회색빛 도시 속의 초록공항을 나서자마자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브라질의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선선하고, 바람은 깨끗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버스 창밖으로 공원과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놀라운 건, 그게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도시..
브라질이라 하면 대부분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이나 상파울루의 번잡한 거리부터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내가 향한 곳은 조금 달랐다. 브라질 남부, 해발 900미터 고지에 자리한 도시 ‘쿠리티바(Curitiba)’. 사람들은 이곳을 “브라질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단순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도시 전체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도시가 어떻게 그렇게 조용한 품격을 지니게 되었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첫인상, 회색빛 도시 속의 초록공항을 나서자마자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브라질의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선선하고, 바람은 깨끗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버스 창밖으로 공원과 나무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놀라운 건, 그게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도시..
도야마시는 일본 북쪽 해안선에 자리 잡은 도시로, 바다와 산이 손을 맞잡은 듯한 풍경을 가진 곳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도야마’라는 이름을 마음에 새겼다. 솔직히 말하면, 교토나 도쿄처럼 유명한 도시도 아니고, 꼭 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곳일수록 사람의 냄새와 진짜 풍경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큰 계획 없이, 단 한 장의 기차표만 들고 도야마로 향했다.바다로부터 시작된 아침, 도야만의 고요한 풍경아침 일찍 도야마역을 나서자, 맑은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었지만, 그 안에는 짠내와 함께 이상한 포근함이 섞여 있었다.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도야만(富山湾)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점점 푸른빛이 짙어지더니, 이내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파도는 잔잔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