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남부,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서 있는 바리(Bari)는 흔히 ‘남부로 가는 관문’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저에겐 단순히 거쳐 가는 곳이 아닌, 따뜻한 기억과 소박한 감동을 안겨준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처음 바리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버스 창밖으로 보였던 건, 끝없이 이어진 올리브 나무 밭과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집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미 저는 이 도시가 제게 어떤 특별한 인상을 남길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바리 베키아, 살아 숨 쉬는 골목의 매력바리를 제대로 느끼려면 먼저 ‘바리 베키아(Bari Vecchia)’라 불리는 구시가지를 걸어야 합니다. 좁은 골목마다 세월이 묻어 있고, 빨래가 펄럭이는 창문 아래에서는 할머니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

풀라(Pula). 크로아티아의 다른 유명 도시들, 예컨대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이 더 끌렸습니다. 아드리아해의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고대 로마의 흔적이 일상 속에 스며 있는 곳. 풀라는 소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도시였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에 펼쳐진 바다와 돌담, 그리고 낮은 건물들이 제게 환영 인사를 건네는 듯했습니다.풀라 아레나 앞에서 멈춘 시간풀라의 상징은 단연 아레나(Arena)라 불리는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입니다. 기원전 1세기경에 세워진 이 건축물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도시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저는 저녁 무렵 아레나 앞에 도착했는데, 석양이 경기장의 돌벽을 붉게 물들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거대..

팔레르모(Palermo). 시칠리아 섬의 관문이자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독특한 얼굴을 가진 도시입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은 다소 혼잡했고, 어디에선가 빵 굽는 냄새와 바다 냄새가 섞여 들려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직감했죠. 이곳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도시, 그리고 이야기가 가득한 무대라는 것을요.팔레르모 시장에서 느낀 활기팔레르모를 제대로 만나려면 시장부터 가야 한다고 해서, 저는 발라로(Ballaro) 시장을 찾았습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상인들의 외침, 색색의 채소와 과일, 그리고 신선한 해산물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토마토의 붉은빛과 올리브의 초록빛, 거대한 생선들이 줄지어 놓인 풍경은 눈을 사로잡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손짓과 웃음이 끊이지 ..

그리스 여행을 계획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테네를 먼저 떠올리지만, 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에게해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도시, 테살로니키(Thessaloniki). 그곳은 여행지라기보다 삶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고대와 현대가 한눈에 담기고, 길모퉁이를 돌면 카페와 성당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테살로니키는 단순히 볼거리를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하얀 탑 앞에서 맞이한 바닷바람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하얀 탑(White Tower)’이었습니다. 테살로니키의 상징 같은 건축물인데, 사실 탑 자체만 보면 단순한 원형 석조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