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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 있는 카탈리나 섬(Catalina Island)은 ‘도심 속에서 가장 가까운 휴양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단순히 하루 나들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지만, 막상 다녀와 보니 이 섬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제 마음을 환기시켜 준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이 섬은, 캘리포니아의 번잡한 도시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섬으로 가는 길, 설렘으로 시작된 여정
카탈리나 섬으로 향하는 페리에 오르자마자 제 마음은 이미 반쯤 여행 모드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항구에서 점점 멀어지며 보이는 로스앤젤레스의 스카이라인은 점차 희미해지고, 대신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바람은 짭조름했고, 파도는 규칙적으로 배를 흔들었습니다. 배 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설렘을 표현했습니다. 가족 여행객들은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웃었고,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난간에 기대어 ‘이 섬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하며 파란 수평선을 눈에 담았습니다. 도시에선 느낄 수 없던 여유와 호흡이 이미 그 순간부터 시작된 듯했습니다.
아발론 마을, 섬의 따뜻한 얼굴
배가 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아발론(Avalon)이라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마치 지중해의 어촌 마을을 연상케 했습니다. 저는 짐을 맡기고 바로 해변가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바닷가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 해변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노부부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그 단순한 조합이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아발론에는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바닷가에 붙어 있는 작은 해산물 가게에서 생선 타코를 시켜 먹었는데, 신선한 생선살에 라임을 짜 넣으니 입안 가득 바다의 풍미가 퍼졌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마을 골목을 천천히 걸었는데, 벽마다 그려진 벽화와 기념품 가게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즐겁게 했습니다.
섬 속 모험, 자연과 가까워진 시간
카탈리나 섬은 단순히 해변에서 노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섬의 속살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매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현지 투어를 신청해 섬 안쪽을 탐험했는데, 마치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지프를 타고 언덕을 오르다 보니, 갑자기 길가에서 들소(bison) 무리를 만났습니다. 1920년대 영화 촬영을 위해 이 섬에 들여온 들소들이 지금까지 이곳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야생 동물이 길 한쪽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모습은 참 신기하면서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 같았습니다. 섬의 높은 전망대에 오르니 에메랄드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은 도시의 빛과는 전혀 다른 ‘자연의 빛’이었고, 그 순간 저는 세상의 소음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듯한 고요를 느꼈습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그 감각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카탈리나 섬이 남긴 여운
카탈리나 섬에서의 하루는 짧았지만,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남을 만큼 깊었습니다. 아발론 마을의 따뜻한 풍경, 해변의 여유로운 공기, 섬 속 자연에서 만난 야생의 순간까지. 이 모든 게 모여 도시에서 지친 제게 ‘숨 쉴 틈’을 주었습니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이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은 아니구나.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구나.” 카탈리나 섬은 그 사실을 몸소 알려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로스앤젤레스 여행을 계획한다면 저는 꼭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하루쯤은 배를 타고 카탈리나 섬으로 가보세요. 분명히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다른 호흡과 다른 색깔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만큼 이 섬은 제게 특별한 ‘숨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