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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치현의 중심 도시인 나고야에서 조금 벗어나면, 한층 더 조용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품은 오카자키시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일본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도시지만, 여행지로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빽빽하지 않아 한결 여유롭고, 도시 전체가 고즈넉한 숨결을 간직하고 있었거든요. 이번 여행에서 오카자키시는 저에게 ‘일본 속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고향, 오카자키성
오카자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오카자키성입니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요. 성 앞에 들어서자 돌담 위에 당당히 서 있는 천수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진 않지만, 그 단정한 자태는 묘한 위엄을 풍겼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당시 무사들의 생활과 전투의 역사에 대한 전시가 이어집니다. 진검과 갑옷, 그리고 옛 지도들을 보면서 ‘이 작은 성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일본 전국을 바꾸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성을 오르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강과 마을 풍경은 평화로웠습니다. 지금은 조용한 도시이지만, 몇 백 년 전엔 이곳이 긴장과 전략의 중심지였겠죠. 저는 성 앞 정원에서 잠시 앉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벚나무 가지와 연못에 비친 성의 모습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현지인 몇몇은 산책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오카자키성은 특별한 역사 유적이면서도 일상의 일부인 듯 보였습니다.
벚꽃 명소, 오오토가와 강변
오카자키시는 봄이 되면 벚꽃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오오토가와 강변을 따라 핀 벚꽃길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제가 찾은 시기는 벚꽃이 만개한 시점은 아니었지만, 이미 곳곳에서 연분홍 꽃망울이 터지며 도시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바꾸고 있었습니다. 저녁 무렵 강변을 걸을 때, 등불이 켜지며 벚꽃과 함께 은은히 빛나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따뜻한 일상 그 자체였습니다. 관광객으로서 그 풍경 속에 섞여 있으니, 저도 마치 오카자키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강가에서 만난 한 노부부였습니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반가워하며, 저에게 ‘이곳은 봄이 제일 아름답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낯선 이방인인 저에게도 그렇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는 순간, 도시의 따뜻한 인심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오카자키의 또 다른 매력, 미식과 일상
오카자키시는 미소(된장) 문화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하치오 미소’라 불리는 붉은 된장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 중 하나입니다. 저는 현지 식당에서 미소가 듬뿍 들어간 ‘미소 니코미 우동’을 맛봤는데, 진한 국물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나고야 미소카츠와는 또 다른 개성이 있었죠. 또한 강 주변의 작은 카페들은 지역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나무 향이 가득한 카페에 앉아 창밖을 보니, 느리게 흐르는 강물과 오가는 사람들이 평화로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언제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오카자키는 그런 면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장을 보고, 강가에서 산책하며, 온천에 들러 하루의 피로를 푸는 모습. 그 일상 자체가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풍경이었습니다.
오카자키가 남긴 여운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카자키에서 보낸 하루는 아주 진하게 남았습니다. 성에서 느낀 역사와 무게, 강변의 벚꽃이 보여준 따뜻한 일상, 그리고 음식과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까지. 이 모든 것이 모여 ‘조용하지만 기억에 남는 도시’라는 인상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창밖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오히려 그런 곳에서 더 진짜 일본을 만날 수 있다고 말이죠. 오카자키는 바로 그런 도시였습니다. 다음번에는 봄 벚꽃이 만개한 시기에 다시 와서,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고 싶습니다. 아마 그때는 또 다른 오카자키의 얼굴을 만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