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오슝은 제게 조금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타이베이나 타이중처럼 대만 여행의 대표적인 도시로 늘 언급되는 곳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가보니, 가오슝은 그 자체로 완전히 다른 대만의 얼굴을 보여주는 도시였습니다. 따뜻한 남쪽의 바람, 넓게 트인 항구와 바다, 그리고 사람들의 여유로운 미소까지. 저는 이곳에서 “대만은 단순히 먹거리와 야시장만의 나라가 아니구나”라는 걸 깊게 느꼈습니다.

가오슝
가오슝

항구 도시의 숨결, 가오슝의 첫인상

제가 가오슝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탁 트인 하늘과 항구의 풍경이었습니다. 대만 제2의 도시답게 고층 빌딩들이 즐비했지만, 타이베이와는 다르게 바다의 냄새가 함께 묻어났습니다. 가오슝의 랜드마크인 85 스카이타워가 멀리 보였고, 사랑강을 따라 걷다 보면 남국 특유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사랑강변의 야경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 위에 비친 불빛이 반짝이는 순간, 저는 왠지 모르게 설레었습니다. ‘이게 바로 항구 도시의 낭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배가 오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지는 강변 풍경은 복잡한 마음을 풀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혼자 걷고 있었는데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도시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현지의 삶을 엿본 리우허 야시장

대만 하면 야시장이 빠질 수 없죠. 가오슝의 대표 야시장인 리우허 야시장을 찾았을 때, 저는 그야말로 먹거리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만식 소시지, 굴전, 버블티, 그리고 달콤한 망고 빙수까지. 한 골목을 따라 걷는 동안 계속해서 유혹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현지인들과의 작은 순간들이었습니다. 한 노점에서 굴국수를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제게 웃으며 “맛있지?”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저의 어눌한 중국어에도 끝까지 대화를 이어가려 하셨고, 결국 저는 “페이창 하오츠(非常好吃)”라고 대답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저는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 이 도시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식의 맛보다 더 따뜻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가오슝은 단순히 항구와 야시장만의 도시가 아닙니다. 불교 사원인 포광산 불타기념관은 그 웅장함만으로도 압도적이었습니다. 거대한 불상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외감이 밀려왔습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걸 느꼈습니다. 또, 기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치진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건너간 섬에서 자전거를 빌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렸을 때, 저는 그 순간이 너무 자유롭게 느껴졌습니다. 파도 소리, 소금기 섞인 바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석양.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마음속 깊이 여유가 스며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오슝에서 배운 여유의 의미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건, 가오슝은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도시라는 겁니다. 타이베이가 분주한 수도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가오슝은 “잠깐 멈춰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강변에서 천천히 걷고, 야시장에서 낯선 이와 웃음을 나누고, 바닷가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일. 거창하지 않지만, 삶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지치고 복잡한 마음이 다시 찾아온다면, 가오슝으로 와야겠다고요. 이 도시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이, 다시 한번 저를 따뜻하게 감싸줄 거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