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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모토성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은 단순한 ‘멋지다’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본 성 중에서도 특히 웅장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강한데, 이는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 년을 버텨온 역사의 산물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일본 성에 대해 깊게 알지 못했지만, 성벽을 따라 걷고 돌의 무게감을 직접 보니 이곳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쿠마모토성을 중심으로 그 역사, 부흥 과정, 그리고 관광 팁까지 담아보려 합니다.

쿠마모토성
쿠마모토성

쿠마모토성의 역사와 그 무게감

쿠마모토성은 일본 3대 명성 중 하나로 꼽히는데, 실제로 눈앞에 서면 그 평가가 왜 붙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17세기에 가토 기요마사가 축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사람이 이런 걸 그 시절에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성벽은 위로 갈수록 가파르게 기울어진 독특한 곡선형인데, 이 구조 덕분에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 보면 마치 바다의 파도가 굳어져 돌이 된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 앞에 서 있으면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한 성 내부에 자리한 혼마루 고텐은 당시 다이묘의 생활 공간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는데, 화려한 금장 장식과 정교한 목재 구조물을 보면 단순한 방어 시설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저는 그 화려함보다도, 전란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사고와 사람들의 노력이 배어 있는 흔적에서 더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부흥의 과정, 그리고 현재의 쿠마모토성

안타깝게도 쿠마모토성은 여러 차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2016년의 대지진은 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천수각과 성벽에 막대한 손상을 남겼습니다. 저는 뉴스 화면으로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 마치 인간의 의지와 역사를 무너뜨린 듯한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니, 그 이후 이어진 복원 작업이 얼마나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는 공사 현장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있고, 무너진 돌담을 다시 맞춰 쌓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원래 있던 그대로 되돌리겠다’는 집념이 느껴졌습니다. 가이드북에는 완전한 복원이 2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현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은 오히려 그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귀중한 경험이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무너진 채로 남아 있는 성벽을 보며 ‘역사가 반드시 완벽해야만 감동을 주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복원과 상처의 흔적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에서 더 깊은 인간적인 울림을 받았습니다.

쿠마모토성 관광 팁과 나만의 경험

쿠마모토성을 제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첫째,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합니다. 제가 갔을 때도 오전에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점심 이후로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몰려 길게 줄을 서야 했습니다. 성을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싶다면 오전 시간이 가장 여유롭습니다.

둘째, 꼭 성 주변을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성 안의 천수각이나 복원된 건물만 보는 것도 좋지만, 성벽 바깥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쿠마모토성의 진짜 웅장함이 드러납니다. 성을 마치 거대한 섬처럼 감싸고 있는 돌벽을 바라보며 걷는 시간은, 마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묘한 감정을 줍니다.

셋째, 가능하다면 야간 조명 시간을 맞추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는 해질 무렵까지 남아 있다가 성에 불이 밝혀지는 순간을 보았는데, 낮의 장엄한 분위기와는 또 다른 신비로움이 있었습니다. 돌벽에 비친 조명이 마치 성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조각품으로 만들어 주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단순히 관광객이 아니라 이 성의 역사를 함께 지켜보는 증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쿠마모토성을 찾으실 때는 꼭 쿠마몬 관련 상품도 함께 보시길 바랍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웅장한 성이라는 대비가 묘하게 어울리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쿠마몬이 새겨진 기념품을 가방에 넣어두니 ‘쿠마모토에 다녀왔다’는 실감이 확실히 났습니다.

쿠마모토성은 단순히 옛 성이 아니라, 지금도 복원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공간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화려한 건축물 이상의 것을 보았습니다. 무너짐과 다시 세움, 상실과 희망, 그리고 그것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요. 만약 일본 규슈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쿠마모토성을 꼭 일정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그곳에서 마주할 감정과 풍경은 단순히 ‘여행지에서 본 성’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야기가 되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