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머데스토(Modesto)는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처럼 누구나 아는 대도시는 아니지만, 캘리포니아의 평범하면서도 진솔한 일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행 중에 잠시 머데스토에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느낀 분위기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묻어났습니다. ‘여행지’라기보다는 ‘누군가의 고향’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있었죠. 그게 오히려 제 마음을 오래 머물게 했습니다.

머데스토
머데스토

머데스토 시내, 사람 냄새 나는 거리

머데스토의 도심은 대도시처럼 빽빽하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낮은 건물들이 이어지고, 거리에는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죠. 저는 다운타운 거리를 걸으며 벽화와 예술 작품들을 발견했는데, 이 지역 예술가들의 손길이 묻어 있는 듯했습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길가에서 만난 작은 카페였습니다. 커피 향이 진하게 퍼지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인 아저씨가 환하게 인사를 건네더군요. 현지인 몇 명이 아침부터 도넛과 커피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머데스토 사람들의 일상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데스토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고향으로도 유명합니다. 영화 <아메리칸 그라피티>가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죠. 그래서 도심 곳곳에는 영화와 관련된 조형물이나 기념물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거리 한쪽에 세워진 클래식카 조형물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는데, 그 순간 머데스토의 시간이 1950년대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농업 도시의 풍경, 그리고 시장

머데스토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농업 도시 중 하나입니다. 도시 주변에는 끝없이 펼쳐진 밭과 과수원이 있고, 매일 아침마다 신선한 농산물이 시장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운 좋게도 토요일 아침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에 들렀습니다. 시장 안에는 현지 농부들이 직접 키운 과일과 채소, 수제 빵, 치즈, 그리고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사과 하나를 시식해보니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농부 아주머니는 제게 “우리는 화학비료를 거의 쓰지 않아. 그래서 맛이 조금 더 진해.”라며 웃음을 보였는데, 그 말 한마디에 이 지역의 농업이 가진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시장에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분위기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모습은 참 따뜻했습니다. 저는 잠시 시장 한쪽에 앉아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이게 머데스토의 진짜 풍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조용하지만 따뜻했던 하루의 끝

머데스토에서의 하루는 화려한 관광지처럼 특별한 이벤트로 가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주 평범한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이 제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저녁 무렵, 숙소 근처를 산책하면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태평양 연안의 도시들처럼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샌프란시스코처럼 다채로운 빛으로 가득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단순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근처에서 만난 현지인 가족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간단한 저녁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공을 차며 뛰어놀고, 부모는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죠.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여행지에서 가장 소중한 건 결국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순간이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머데스토는 관광도시로 유명하지 않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매력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 농업 도시 특유의 풍경, 그리고 따뜻한 일상. 이 도시에서의 경험은 제 여행의 속도를 잠시 늦춰주었고, 마음 한구석에 작은 쉼표를 찍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머데스토를 떠나는 날, 저는 아쉬움과 함께 ‘언젠가 다시 이 평범한 도시의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