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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동생이 특가로 나왔다고 다카마쓰를 다녀왔다며 말한적이 있어요. 그때 다카마쓰에 대해 더 찾아봤어요 일본을 여러 번 여행했지만, 다카마쓰는 참 특별했어요. 도쿄나 오사카처럼 크고 북적이는 도시가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처럼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도 아닌… 딱 ‘적당한 온도’를 가진 도시랄까요. 바다와 정원이 가까이 있고, 현지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거리, 그리고 관광객이 적어 오히려 마음이 놓였던 소도시. 이번 글에서는 제가 다녀온 다카마쓰에서 느꼈던 소도시 감성의 매력을 이야기해볼게요.

다카마쓰에서 느낀 힐링 – 너무 조용하지도,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다카마쓰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공기의 여유였어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회색 건물 대신 초록빛 나무와 낮은 지붕들이 먼저 보이더라고요. 도시라는 느낌보단, 약간 큰 동네 같은 기분. 시끄럽지 않고, 사람들 표정도 여유로워 보이고, 그런 분위기 덕분에 저도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어요.

특히 ‘리쓰린 공원’에서 보낸 시간이 인상 깊었어요. 전통 일본 정원의 정수를 담았다는 이 공원은 굳이 카메라를 들지 않아도 한 장의 수묵화 같은 풍경이 펼쳐져요. 잔잔한 연못과 소나무, 물가 위를 스치는 바람, 그리고 그 안에 앉아 계절을 음미하는 노인들의 모습까지…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아, 이래서 여행을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지고, 아무 말 없이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요. 그런 시간이야말로 진짜 힐링이었어요.

다카마쓰의 사진 – 있는 그대로가 예뻤던 순간들

다카마쓰는 일부러 포토존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어디서든 예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도시예요. 개항도시 특유의 항구 느낌이 물씬 나는 다카마쓰항,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상점가, 골목마다 피어 있는 꽃들… 어디를 찍어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담겨요.

저는 오후 즈음에 항구 쪽으로 갔는데, 햇빛에 반사된 바다가 너무 예뻐서 멍하니 서 있다가 몇 번이나 셔터를 눌렀는지 몰라요. 선착장에 앉아 있는 현지 어르신들이나,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학생들 모습도 사진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어요.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그곳의 일상’을 담을 수 있는 곳, 그래서 더 소중한 장면들이 많았어요.

리쓰린 공원 안에 있는 다실에서 마셨던 녹차 한 잔과 다과도 잊을 수 없어요. 그 초록빛 공간에서 한 손에 카메라 대신 찻잔을 들고, 조용히 숨을 고르는 그 순간. 사진을 찍지 않아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는 장면이었죠.

다카마쓰의 여유 – 목적 없는 산책이 허락되는 도시

다카마쓰에선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유명한 명소를 찍고 다녀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시간에 쫓기듯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도시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도심에서 리쓰린 공원까지는 도보로도 충분히 갈 수 있고, 전기 자전거나 시내 버스도 잘 되어 있어서 교통이 참 편해요. 그 덕분에 ‘하루에 몇 군데 가야 한다’는 계획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게 되더라고요.

상점가에 들러 현지에서 만든 작은 소품을 구경하거나,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근처 찻집에 앉아 음악을 듣고… 이 도시에서의 하루는 마치 한 템포 느린 음악처럼 흘러갔어요. 혼자라는 사실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걱정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특히 저녁 무렵, 상점가 조명이 하나둘 켜질 때 그 풍경은 정말 좋았어요.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퇴근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 작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 붉게 물든 하늘. 그 순간의 여유로움이 고스란히 마음에 남아 지금도 그려질 만큼 선명해요.

결론 – 다카마쓰는 ‘바쁘지 않은 여행’을 위한 도시

다카마쓰는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는 느낌’을 주는 도시였어요. 힐링, 사진, 여유. 이 세 단어로 그 매력을 설명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넓고 깊은 감정을 건네주는 곳이에요.

혼자 걷기에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그런 도시. 그림 같은 정원과 따뜻한 항구, 그리고 느긋한 걸음이 어울리는 곳.

다카마쓰는 소리 없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도시예요.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이 조용한 소도시의 하루를 조심스레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