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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튜린은 여행자들이 종종 놓치지만, 알고 보면 광장·카페·역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도시입니다. 고풍스러운 건축이 이어지는 아케이드 길, 오랜 전통을 지닌 카페 문화, 그리고 왕궁과 성당으로 이어지는 깊은 역사까지. 이번 글에서는 튜린의 핵심 매력들을 가장 여행자답게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 중심으로 풀어내며, 실제 여행 동선에 바로 쓸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팁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튜린의 중심은 결국 광장이다 – 도시를 읽는 첫 번째 길잡이
튜린 여행을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광장’들이다. 특히 이 도시에서는 광장이 단순히 만남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무대이자 역사적 흔적을 담은 장소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피아차 카스텔로’는 튜린을 상징하는 가장 큰 광장으로, 사방으로 이어지는 아케이드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도시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이 광장은 늘 적당한 소음이 흐르는데, 말을 크게 하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는 자연스러운 리듬 같은 것이 있다. 한쪽에는 ‘마다마 궁전’이 자리하고, 또 다른 방향으로는 ‘사보이 왕궁’이 이어지며 걷는 동선을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이끈다. 튜린이 ‘왕궁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밤이 되면 광장 앞 가로등이 차분히 켜지고, 붉은 벽돌과 대리석 조각들이 은은하게 빛나면서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한다. 특히 여행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이탈리아 특유의 여유를 그대로 유지한 채 움직이는 사람들의 속도가 느릿하게 이어진다. 또 다른 대표적인 광장인 ‘피아차 산 카를로’의 매력은 대칭미다. 양쪽 끝의 두 성당이 마주 보며 광장을 감싸고 있는데, 그 앞에서 잠시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정교하게 짜인 한 장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감각이 든다. 바람이 살짝 불기만 해도 아치형 길 끝에서부터 향이 묘하게 섞인 커피 냄새가 흘러와 ‘튜린에 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다. 도시의 리듬을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고 싶다면, 튜린 여행의 첫날은 무조건 광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튜린 카페 문화 – 한 잔의 음료에 담긴 도시의 시간
튜린의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카페 토리노’는 19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가게로,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천장의 샹들리에, 붉은색 가죽 소파, 유리 장식장에 놓인 초콜릿과 과자들까지 모두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하다. 이런 공간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단순한 음료라기보다 이 도시가 지켜온 시간의 깊이를 함께 마시는 느낌이 든다. 또 튜린에서 유명한 음료는 ‘비체린’이다. 초콜릿, 커피, 크림이 겹겹이 쌓인 층으로 만들어지는 따뜻한 음료인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달콤함과 쌉싸래함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아, 이곳 사람들은 삶의 무게를 이렇게 녹여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이 깊다. 처음에는 진하게 다가오지만 마실수록 부드럽고 차분해지는 맛이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카페를 찾아다니다 보면 튜린 사람들의 일상이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데, 테이블에 신문을 펼쳐두고 천천히 읽는 어르신, 간단한 간식과 함께 친구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리고 혼자 와서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이들까지 모두 조용한 자기만의 세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행자는 혼자 와도 외롭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카페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정신을 담아내는 작은 박물관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 위에 세워진 도시 – 튜린을 깊게 보는 방법
광장과 카페로 튜린의 일상을 보았다면, 이제는 이 도시의 뿌리로 내려가야 한다. 튜린의 역사는 로마 시대부터 시작되는데, 그 흔적이 지금도 도시 곳곳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팔라티노 문’은 로마인이 남긴 창문과 탑 구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멀찍이서 보면 고대 성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백 년의 흔적이 층층이 쌓인 돌의 결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문을 지나 걷다 보면 튜린이 단순히 현대적 유럽 도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시대를 지나온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튜린을 상징하는 건축물 ‘몰레 안토넬리아나’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첨탑 같은 건물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오른 분필 같고, 가까이 가면 그 크기와 섬세함에 놀라게 된다. 지금은 국립 영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내부도 꽤 현대적이지만, 건물이 가진 초현실적인 형태 때문에 튜린에 온 사람들이 가장 많은 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역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사보이 왕궁’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왕실이 사용하던 방, 식사 공간, 미술품들을 볼 수 있는데, 색감과 질감이 확실히 이탈리아 다른 왕궁과는 다르다. 전체적으로 튜린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화려함 속에서도 차분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복잡한 장식 대신 공간을 크게 사용하고 빛을 잘 활용한 구석구석은 ‘조용한 품격’이란 표현이 떠오르게 한다. 튜린의 역사는 겉보기의 단단함과 달리 섬세한 감성을 갖고 있다. 여행자가 이 도시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튜린만의 고요한 힘이 서서히 드러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이 바로 이 도시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튜린은 처음엔 조금 조용하고 낯설게 다가오지만, 천천히 걸으며 광장과 카페, 역사 공간을 지나게 되면 이 도시의 매력이 서서히 드러난다. 화려하거나 강렬한 도시가 아니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도시다. 여행자가 이곳에서 얻는 감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차분함’, ‘품격’, ‘여유’, 그리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 튜린은 서두르는 사람보다 천천히 바라보는 이에게 더 많은 장면을 보여주는 도시다. 여유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이 도시의 리듬에 한 번 몸을 맡겨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