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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여행을 계획할 때, 솔직히 처음엔 후쿠오카나 벳푸처럼 유명한 곳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이타에 직접 가보고 나서는 ‘이 도시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바다와 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 곳곳에서 피어나는 온천 증기, 그리고 낯선 여행자에게도 따뜻하게 다가와 주는 사람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오이타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마음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온천 도시의 숨결을 느끼다
오이타를 이야기할 때 온천을 빼놓을 수는 없죠. 저는 벳푸와 유후인을 둘 다 들렀는데, 그 차이가 재미있었습니다. 벳푸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마치 도시 전체가 온천탕 같았고, 유후인은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아 더 조용하고 여유로웠습니다. 특히 오이타 현지 사람들은 목욕을 단순한 씻는 행위가 아니라 하루의 긴장을 풀고 이웃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생활 문화로 여기더군요.
저도 작은 공중온천에 들어가 현지인들과 마주 앉았는데,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웃음과 손짓으로 충분히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여행 왔냐?”라는 눈빛과 “따뜻하지?”라는 미소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온천물의 부드러운 온기가 피부에 스며들 때, 저도 잠시나마 오이타 사람들의 일상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바다가 주는 자유로움
오이타는 바다와 맞닿아 있어 도시 자체가 탁 트여 있는 느낌을 줍니다. 저는 특히 사가노세키라는 항구 마을을 기억합니다. 아침 일찍 찾아간 그곳은 조용히 파도 소리만 들렸는데, 그 단순한 풍경이 어찌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던지요. 방파제 끝에 앉아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다가, ‘굳이 화려한 게 아니어도 사람 마음은 충분히 움직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으로 먹은 세키 고등어는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지방 특산물이라는데, 그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잊히질 않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먹는 것’이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니라 그 지역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람들의 따뜻함 속에서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풍경도, 음식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길을 헤매다 작은 상점에 들어갔을 때, 주인 할머니는 굳이 사지도 않은 관광 팸플릿을 꺼내주며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기사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며,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봐 주셨습니다.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 오이타라는 도시가 낯설지 않고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오이타에서 ‘여행자가 손님이 아니라 이웃처럼 대접받을 수도 있구나’라는 걸 배웠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 때문에 일본의 작은 도시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반짝이는 랜드마크가 없어도,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도시의 진짜 매력을 만들어 주는 거니까요.
오이타는 단순히 온천의 도시가 아니라, 바다와 산이 품은 여유와 사람들의 따뜻함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잠시나마 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소박한 행복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배웠습니다. 혹시 규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이타에서 하루쯤은 머물러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 하루가 분명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