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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부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도쿄와 오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지만, 의외로 매력적인 도시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나고야입니다. 솔직히 여행을 준비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고야는 ‘도쿄 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도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오래 머물수록 더 깊이 느껴지는 특별한 도시였습니다. 역사와 현대가 교차하는 풍경, 독특한 음식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소박한 따뜻함이 나고야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었죠.
나고야성, 금빛 장식 속에 숨은 역사
나고야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나고야성이었습니다. 천수각 위에 얹힌 금빛 샤치호코 장식은 사진으로만 봐도 유명했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니, 전쟁과 재건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복원된 내부는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 당시 무사들의 삶과 전쟁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다다미 방 위에 앉아 당시 영주가 앉았을 법한 자리를 바라보니, 그 시절의 공기와 무게가 제 어깨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 도시를 내려다봤을 때, 나고야가 단순히 산업 도시라는 인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으로 변화해온 이 도시의 흐름이 성 주변 풍경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나고야의 음식, 입안에서 만난 지역의 개성
나고야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 중 하나는 음식이었습니다. 일본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미식 문화가 곳곳에 숨어 있더군요. 먼저 ‘히츠마부시’를 먹기 위해 유명한 장어덮밥집을 찾았습니다. 장어를 숯불에 구워낸 향이 가게 앞에서부터 흘러나왔고, 첫 입을 먹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담백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었지만, 밥 위에 파와 김을 얹어 국물과 함께 말아 먹으니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변했습니다. ‘같은 장어덮밥인데 이렇게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구나’ 싶어 놀라웠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미소카츠’였습니다. 돈가스에 붉은 된장 소스를 얹어 먹는 요리인데, 첫맛은 다소 강렬했지만 점점 중독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에 남아, 결국 접시를 싹싹 비우게 되더군요. 나고야 음식은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먹다 보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시장 골목에서 우연히 맛본 ‘테바사키(닭날개 요리)’도 인상 깊었습니다. 바삭하게 튀겨낸 닭날개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더해져 맥주가 절로 생각났습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현지인들이 ‘나고야에 왔으면 이건 꼭 먹어야 한다’고 웃으며 추천해주었는데, 그 순간 나도 이 도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린 기분이 들어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오아시스 21과 사카에, 현대 도시의 얼굴
역사와 전통의 얼굴을 본 뒤에는 나고야의 현대적인 매력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향한 곳이 바로 사카에 지역과 오아시스 21이었습니다. 유리와 철골 구조물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워진 오아시스 21은 마치 미래 도시의 상징 같았습니다. 밤이 되자 조명이 켜지며 반짝이는 모습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그 위를 걸으며 내려다본 도심의 불빛은 활기차고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나고야는 흔히 ‘산업 도시’라고 불리지만, 실제로 거닐어보니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곳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카에 거리를 걸으며 쇼핑을 즐기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도쿄처럼 복잡하지도, 오사카처럼 시끌벅적하지도 않은, 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사람들의 걸음이 느긋하고, 상점 주인들의 미소가 친절했습니다. 그 작은 차이가 여행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더군요.
나고야가 남긴 여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고야에서의 여행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성에서 느낀 역사와 웅장함, 음식에서 경험한 개성, 그리고 도심에서 본 현대적인 세련됨까지. 이 모든 게 모여 나고야라는 도시를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도시의 균형감이었습니다. 전통과 현대, 소박함과 세련됨, 강렬한 맛과 은은한 풍경이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여행 내내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미소 덕분에 낯선 도시에서조차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왜 나고야는 종종 지나치는 도시로만 여겨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와보니 충분히 매력적이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었으니까요. 다음번에는 나고야를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여행의 목적지로 삼아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