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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살라
웁살라

스웨덴 중부에 있는 웁살라(Uppsala)는 흔히 ‘학생들의 도시’, ‘학문의 중심지’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제가 웁살라를 여행하며 느낀 건 단순히 학문적인 무게감이 아니라, 도시가 가진 따뜻함과 사람 냄새였습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도시지만, 그 안의 공기와 풍경은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활기가 있고, 오래된 역사와 젊은 에너지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곳. 그래서 웁살라는 제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여행지로 남아 있습니다.

 

웁살라 대성당, 북유럽의 웅장한 상징

웁살라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제 눈을 사로잡은 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웁살라 대성당(Uppsala Domkyrka)이었습니다. 북유럽 최대 규모라는 말답게, 성당은 도시 어디에서나 보일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회색빛 하늘 아래 뾰족한 첨탑이 뻗어 있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자연스럽게 경건해졌습니다. 성당 안에 들어가니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공간을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빛 속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어를 초월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성당에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브 바사의 무덤도 있었는데, 나라의 역사가 이곳에서 이어져 온다는 사실에 조금은 숙연해졌습니다. 한참을 성당 내부를 둘러보다가 의자에 앉아 쉬며 눈을 감았습니다. 고요한 성당 안에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는데, 그 순간 마치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웁살라 대성당은 단순히 종교적 공간을 넘어, 제게 깊은 평온을 선물해준 곳이었습니다.

대학도시의 젊음과 자유

웁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웁살라 대학교가 있는 도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도시 곳곳에서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자유로운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다 보면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시설이 공존하는데, 그 풍경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자전거를 타고 강의실로 향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저는 잠시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도시가 이렇게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운영하는 전통적인 클럽 문화, ‘네이션(Nation)’이 웁살라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 모임들은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자 친구를 사귀는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실제로 네이션 건물 앞에 줄을 선 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이 도시의 젊음과 활력이 얼마나 강하게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강변과 정원에서 만난 웁살라의 일상

웁살라를 여행하면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휘트리강(Fyrisån) 근처를 산책할 때였습니다. 강가에는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었고,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강을 바라보니, 물 위에 비친 하늘과 건물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강가를 걸어가는 연인들, 손을 잡은 노부부, 강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오리들까지. 이 평범한 장면이 어쩐지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곳은 웁살라 식물원(Botaniska trädgården)이었습니다. 여름이라 정원은 꽃과 나무로 가득했고, 현지인들은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벤치에 앉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순간 ‘이곳에서라면 얼마든지 하루를 그냥 흘려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롭고 평화로웠습니다.

웁살라가 남긴 여운

웁살라에서의 며칠은 짧았지만, 제 마음에는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북유럽 최대의 대성당에서 느낀 웅장함과 평온, 대학도시 특유의 자유로운 기운, 강변과 정원에서 마주한 일상의 따뜻함까지. 이 도시의 매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천천히 스며들어 잔잔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스웨덴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대부분 스톡홀름이나 북쪽의 자연만 떠올리지만, 웁살라는 꼭 들러야 할 도시라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으니까요. 언젠가 다시 스웨덴을 찾게 된다면, 저는 분명 또다시 웁살라 강변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 도시의 숨결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