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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는 처음 걸음부터 독특한 기운이 느껴지는 도시입니다. 토스카나 속에서도 유난히 중세가 진하게 남아 있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무대처럼 이어집니다. 여행자가 이곳에서 무엇을 보든, 어디에 머물든, 자연스럽게 시에나라는 도시가 간직한 시간의 층위가 밀려옵니다. 이 글에서는 시에나의 상징 같은 캄포광장, 여행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뷰포인트, 그리고 도시를 지탱해 온 깊은 역사까지, 직접 걸으며 느꼈던 감정과 체험을 중심으로 한 ‘시에나 완전정복 가이드’를 담았습니다.

시에나 여행의 심장, 캄포광장
시에나를 여행하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중심은 단연 캄포광장(Piazza del Campo)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광장을 넘어 도시의 호흡이 드러나는 ‘심장’ 같은 존재입니다. 실제로 중심에 서서 주변 건물을 바라보면, 마치 광장을 둘러싸고 둥글게 감싸는 붉은 벽돌이 여행자를 하나의 장면 속에 끌어들이는 느낌이 듭니다. 분명 평평한 광장인데도 방향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 보이고, 어느 곳에 서 있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시청사와 망토처럼 늘어진 건물로 향합니다. 제가 느낀 캄포광장의 첫인상은 ‘도시가 하나의 음악처럼 흘러간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오후 햇빛이 벽돌 바닥을 스치면 붉은색이 더 깊게 살아나고,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마저 이 풍경의 일부가 되어 버립니다. 사람들은 주변 카페에서 테라스를 가득 채우고, 광장 중심에는 삼삼오오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여행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건 ‘고요함 속의 활기’입니다. 분명 많은 사람이 있지만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서로의 움직임이 광장의 완만한 곡선과 묘하게 어울립니다. 아침·점심·해질녘의 세 시간대를 모두 경험하면 시에나의 표정 변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시에나의 풍경을 한눈에 담는 뷰포인트
시에나는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도시입니다. 두오모 근처의 전망대 Porta del Cielo와 토레 델 망자(Torre del Mangia)는 각각 완전히 다른 여행 경험을 선사합니다. 토레 델 망자에서는 시에나의 붉은 지붕들이 층층이 쌓여 이어지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도시 뒤로는 토스카나 특유의 부드러운 언덕이 끝없이 이어지며, 이 대비가 만들어내는 느낌은 ‘시간이 멈춘 풍경’에 가깝습니다. 두오모의 루프탑 투어 Porta del Cielo는 보다 내밀한 여행입니다. 성당 내부의 구조를 위쪽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흑백 대리석이 교차한 두오모 디자인이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옵니다.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시에나는 위에서 볼 때 도시의 구조가 완성된다’는 사실입니다. 골목의 질감, 붉은 지붕의 패턴, 광장의 곡선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됩니다.
시에나가 간직한 역사, 도시의 뼈대를 만드는 이야기
시에나를 걷다 보면 단지 오래된 도시라는 감상 이상으로, 이 도시의 형태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인지 계속 궁금해집니다. 그 답은 바로 시에나의 역사에 있습니다. 시에나는 중세시대 강력한 자치도시였고, 지금도 17개의 콘트라데(지역 공동체)가 각각 고유의 문장과 문화를 이어갑니다. 이 정체성은 단순한 구역 나눔이 아니라 도시를 지탱하는 기반입니다. 팔리오(Palio) 경마는 그 정체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행사로, 각 콘트라데가 명예를 걸고 경쟁하는 열기는 도시 전체를 뒤흔듭니다. 두오모 역시 시에나의 삶과 야망이 새겨진 거대한 역사서와 같습니다. 성당의 건축 기술, 내부 장식, 공간감은 시에나가 피렌체와 경쟁하며 성장하려 했던 당대의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도시를 걷다 보면 시에나의 골목과 광장, 건물이 모두 역사의 조각처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시에나는 단순히 예쁜 도시가 아니라, 걸을수록 깊이가 드러나는 곳입니다. 광장에서 도시의 심장을 느끼고, 높은 곳에서 전체 풍경을 바라보고, 역사를 통해 도시의 결을 이해할 때 비로소 시에나 여행이 완성됩니다. 이 글이 시에나를 여행하려는 분들에게 감성과 정보 모두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