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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마로크(Kežmarok)는 슬로바키아 북부, 타트라 산맥 기슭에 자리한 조용하고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목조 교회와 중세 시대의 성, 그리고 고풍스러운 구시가지가 어우러져 슬로바키아의 전통과 역사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숨은 명소로 평가받습니다. 자연과 문화, 역사적 건축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은 특히 슬로바키아-폴란드 국경을 넘는 루트의 관문 도시로서도 의미 있는 여행지입니다.
목조 예배당, 유네스코에 등재된 숨은 보석
케즈마로크를 대표하는 명소는 단연 성삼위일체 목조 교회(Articular Wooden Church)입니다. 이 교회는 1717년에 지어진 완전 목조 건축물로, 못이나 금속 없이 오직 나무만을 사용해 건축된 것이 특징입니다. 내부는 금박으로 장식된 바로크 양식의 제단과 17세기 오르간, 천장의 세밀화로 꾸며져 있으며,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이 교회는 루터교 신자들이 카톨릭 지배 아래에서도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지은 5개 슬로바키아 아르티큘라르(Articular) 교회 중 하나로,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외부는 단순하지만 내부는 화려하고 정교한 디자인으로 반전을 주며, 조용한 예배당 안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년 여름에는 목조 예배당을 중심으로 한 고전 음악회도 개최되어, 지역의 문화 행사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케즈마로크 성에서 걷는 중세의 길
도시의 또 다른 중심은 케즈마로크 성(Kežmarok Castle)입니다. 15세기 후반에 세워진 이 성은 중세 방어 성의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지역 역사 박물관과 고문 기구 전시, 귀족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성탑에 오르면 구시가지와 타트라 산맥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성은 내부 투어가 잘 마련되어 있어 헝가리-슬로바키아 시대의 역사, 당시의 건축기법, 지역 귀족 가문들의 이야기까지도 자세히 접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중세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재현 공연이나 성 안 연극을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더욱 생생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는 체험형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적합하며, 슬로바키아 내 소규모 성 중 가장 잘 보존된 유적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구시가지 산책과 전통 슬로바키아 감성
케즈마로크의 매력은 단순히 유명한 유적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처럼 구성되어 있어, 마을 중심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좁고 정갈한 골목길을 따라 17~19세기에 지어진 전통 슬로바키아 양식의 주택들, 구시청 건물, 유대교 회당 등이 이어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산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레브타 거리(Levočská Street)는 케즈마로크의 중심 거리로, 현지 카페, 전통 수공예 상점, 슬로바키아 전통 음식점 등이 모여 있어 여유롭게 머물기에 제격입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지붕과 꽃으로 장식된 창가가 어우러져 유럽의 작은 마을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년 여름 개최되는 유럽 민속 공예 축제(EĽRO – Európske ľudové remeslo)는 케즈마로크를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유럽 각국의 장인들이 모여 전통 수공예를 선보이며 마을 전체가 활기를 띱니다. 이 시기에는 음악 공연, 퍼레이드, 전통 시장도 함께 열려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합니다.
케즈마로크(Kežmarok)는 작고 조용하지만, 역사와 전통, 종교와 건축이 어우러진 깊이 있는 도시입니다. 슬로바키아 여행에서 유명 관광지 외에 진짜 지역의 정체성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케즈마로크는 꼭 들러야 할 명소입니다. 유네스코 목조 교회와 중세 성, 그리고 잔잔한 골목길에서 진정한 유럽의 시간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