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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에하나(Frigiliana)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말라가(Málaga) 인근의 네르하(Nerja) 근처에 위치한 작은 언덕 마을입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으며, 무데하르(Mudejar) 양식의 골목, 하얀 석회 건물,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으로 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프리에하나는 바쁜 관광지보다 한적한 일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장소입니다.

스페인

지중해를 품은 하얀 마을의 풍경

프리에하나는 ‘푸에블로 블랑코(Pueblo Blanco)’, 즉 ‘하얀 마을’ 중 하나로, 전통적인 안달루시아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얀 석회로 칠해진 집들, 붉은 기와 지붕, 창가를 수놓은 꽃 화분이 조화를 이루며,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엽서 같은 장면이 펼쳐집니다.

마을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지중해와 네르하 해안선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몰 시간에는 붉게 물든 하늘과 푸른 바다, 하얀 마을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프리에하나의 거리에는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아 산책하기에 매우 적합한 구조이며, 구불구불한 계단식 골목과 벽화가 가득한 담장은 여행자에게 끊임없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무데하르 예술과 안달루시아의 유산

프리에하나는 스페인 무데하르 건축과 예술 양식이 잘 보존된 마을입니다. 무데하르 양식은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융합되어 형성된 독특한 미술·건축 양식으로, 프리에하나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이 지역이 과거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화적 교차점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산 안토니오 교회(Iglesia de San Antonio)로, 17세기 무데하르 양식으로 건축된 이 교회는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장식이 돋보입니다. 주변 거리에는 아랍풍 타일, 석조 분수, 벽면 예술이 가득하며, 마을 전체가 하나의 야외 박물관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마을 내 설치된 12개의 세라믹 패널을 따라 걷는 ‘역사 산책로’는 프리에하나의 과거를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하며, 단순한 관광이 아닌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지 삶과 함께하는 느린 여행

프리에하나는 소규모 마을이기에 현지인의 삶과 여행자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광장에서는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거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작은 바르(bar)와 타파스 가게에서는 현지 와인, 오이 냉수(Gazpacho), 염소 치즈, 하몽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지역 시장이 열려 수제 올리브 오일, 무화과 잼, 세라믹 수공예품 등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상점은 가족 단위로 운영되어 따뜻한 환대와 정겨운 인사가 인상적입니다.

또한 마을 외곽으로는 시에라 데 알미하라(Sierra de Almijara) 산맥이 인접해 있어 트레킹 코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연 속 산책을 즐기거나, 인근 네르하 해변까지 하루 일정으로 이동해 바다와 산, 마을을 모두 아우르는 여유로운 루트도 가능합니다.

프리에하나는 단순히 아름다운 마을을 넘어,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곳입니다. 빠르게 지나치는 여행이 아닌, 머물고 느끼는 여행을 원한다면, 이 하얀 마을은 분명히 당신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