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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타워

“삿포로에 왔으면, 꼭 타워는 올라가야지.” 여행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듣던 이 말을 나는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었다. 사실 ‘타워’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늘 비슷했기 때문이다. 도쿄타워, 오사카의 츠텐카쿠, 서울타워까지. 어딜 가나 비슷한 구조물이고, 전망만 보면 끝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삿포로타워에 올라가 본 날, 나는 그 생각을 슬그머니 접었다. 그건 단순히 높은 곳에서 본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결을 느끼게 해주는 ‘관찰’에 가까웠다.

 

삿포로타워는 어디에 있을까? 위치가 전부다

삿포로타워는 홋카이도의 중심지, 삿포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오도리공원 바로 옆, 시계탑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정확히 말하면, 삿포로 시민들의 일상 한복판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랜드마크다.

공항에서 삿포로역까지 JR로 약 40분, 역에서 오도리공원까지는 도보 15분 내외다. 그러니까, 삿포로 여행 일정에서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경로’에 있다는 얘기다.

내가 이곳에 갔던 건 10월 말이었다. 단풍이 막 절정을 지나고, 조금씩 공기에서 겨울 향기가 나는 계절이었다. 탑 아래에서 올려다본 삿포로타워는 높다기보다는 ‘섬세하게 가늘고 곧은’ 느낌을 줬다. 붉은 강철 구조물은 어딘가 따뜻했고, 차가운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으면서도 전혀 위압적이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왔다는 듯한 모습.

입장료, 운영시간, 그리고 실제 후기

삿포로타워 전망대 입장료는 어른 기준 1,000엔 내외였다. 어린이나 노인은 할인도 있었고, 삿포로시가 운영하는 다른 시설들과 묶어서 살 수 있는 통합 패스도 존재한다. 나는 일반 티켓을 구매했고,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운영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나는 해 질 무렵을 노려 5시 반쯤에 올라갔다. 이 시간대의 하늘은 도시의 풍경을 가장 부드럽게 담아낸다. 강렬한 햇빛도 아니고, 깜깜한 밤도 아닌, 조명이 하나둘 켜지는 도시의 흐름이 가장 잘 느껴지는 순간.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올라가는 속도도 느긋했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사방으로 넓게 뚫린 유리창이 삿포로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건 북쪽 방향 뷰였다. 멀리 보이는 산맥, 그 아래 오도리공원의 단풍, 건물들 사이로 흐르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졌다.

타워 자체는 크지 않지만, 그 조용한 규모감이 오히려 더 좋았다. 전망대에는 카페나 상점이 따로 없었지만, 덕분에 혼잡하지 않았고, 진짜 ‘풍경’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느꼈던, 아주 개인적인 감정

사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혼자 전망대에 올라가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괜히 허전하고, 주변이 다 커플이나 단체관광객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그런데 삿포로타워는 달랐다. 그곳의 공기는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신호를 주는 듯했다.

창가에 앉아 약 30분간 풍경을 바라봤다. 별다른 음악도 없고, 관광객들의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들리는 교통신호 소리, 멀리서 울리는 전차의 종소리 같은 것들이 잔잔하게 귀를 채운다. 그 순간, 내가 오사카도, 도쿄도 아닌 ‘삿포로’에 있다는 감각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그건 도시의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이 타워가 시내 한복판, 그리고 시민들의 생활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상하게도, 내려오는 길에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타워에서 무언가를 보았다기보다는, 도시와 잠시 숨을 맞췄다는 기분이었달까. 사진으로도, 리뷰로도 설명이 안 되는 그 공감. 그게 이 타워의 진짜 매력일지도 모른다.

마무리하며 – 타워 위의 도시, 타워 아래의 사람

삿포로타워는 높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관광지를 위해 억지로 세운 것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 자연스럽게 뿌리 내린 구조물. 전망은 멋지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시설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꽤 깊다.

혼자 걷다가 잠시 올라도 좋고, 여행 중 하루의 마무리로 삼기에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삿포로타워는 단순한 ‘타워’가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언젠가 당신이 삿포로를 걷게 된다면, 어느 날 저녁쯤엔 타워에 올라 잠시 멈춰보길 바란다. 그곳에서 마주할 풍경은 단순한 ‘뷰(view)’가 아니라, 당신만의 조용한 기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