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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긴 녹지, 오도리공원은 단순히 ‘도심 속 공원’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아쉬운 곳입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저는 삿포로 시계탑에서 길 하나 건너 펼쳐진 이 초록빛 공간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큰 공원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오도리공원은 삿포로 시민들의 쉼터이자,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무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도리공원의 역사, 실제로 걸으며 느낀 풍경, 그리고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오도리공원의 역사, 그리고 도시 속 의미
오도리공원은 원래 공원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삿포로를 동서로 가르는 방화선이자 도로의 일부로 시작되었습니다. 1871년, 홋카이도 개척 시기에 도시를 구획하며 생긴 이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모했습니다. 저는 이 역사를 알게 된 뒤, 공원을 걸을 때마다 ‘여기는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도시의 숨결이 쌓인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km에 달하는 길이는 산책을 하기에도 딱 좋고, 양옆의 건물과 어우러진 풍경이 삿포로만의 도시미를 완성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삿포로 눈축제가 열려, 공원 전체가 거대한 눈과 얼음 조각 전시장으로 변합니다. 눈 위에 비치는 조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삿포로라는 도시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걸으며 느낀 오도리공원의 매력
여름에 처음 이곳을 걸었을 때, 풀 냄새와 함께 멀리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벤치마다 앉아 쉬는 사람들, 잔디 위에서 도시락을 먹는 가족, 음악을 연주하는 버스킹 팀까지… ‘아, 이게 진짜 도심 속 여유구나’ 하고 느꼈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 황금빛 터널을 걸을 수 있고, 겨울에는 발자국이 차곡차곡 쌓이는 하얀 눈길이 마음을 포근하게 합니다. 저는 특히 겨울밤, 하얀 설경 위로 반짝이는 일루미네이션을 보며 걸었던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코끝이 시릴 정도로 추웠지만, 그 빛과 공원의 고요함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추천 코스와 즐길거리
첫 번째 추천 코스는 공원의 동쪽 끝, 삿포로 TV타워에서 시작하는 산책입니다. 타워에 올라 내려다보는 공원 전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아요. 그리고 중앙 광장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분수와 꽃밭을 감상하면 좋습니다. 봄에는 튤립과 팬지, 여름에는 장미와 해바라기, 가을에는 국화가 공원을 수놓습니다. 두 번째는 겨울 한정으로 눈축제 기간에 방문하는 것. 이때는 공원 전 구간이 다양한 테마의 눈 조각과 얼음 조각으로 가득해, 낮과 밤 모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도리공원 주변의 카페와 빵집을 들르는 것도 추천합니다. 산책 후 따뜻한 커피와 홋카이도 특산 버터를 바른 빵 한 조각이면 하루가 완벽해집니다.
오도리공원은 삿포로의 심장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이 모두 모여 있는 곳. 이곳을 걸으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삿포로라는 도시 자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에 삿포로에 간다면, 꼭 하루쯤은 이 공원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보길 추천합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오도리공원의 얼굴이, 당신의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