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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넨자카 vs 니넨자카

교토를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걷게 되는 두 골목이 있다. 바로 ‘산넨자카(三年坂)’와 ‘니넨자카(二年坂)’.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길목에 나란히 붙어 있는 이 두 골목은 여행자에게는 그저 ‘계단길’ 정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면, 이 두 길은 분명히 다르다. 풍경도, 분위기도,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말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길, 구조와 거리감의 차이

우선 물리적인 구조에서부터 이 둘은 다른 인상을 준다. 니넨자카는 비교적 완만한 곡선형의 계단길이다. 계단이 낮고, 양옆으로 상점들이 조밀하게 붙어 있어 ‘길목을 따라 흐르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산넨자카는 경사가 더 가파르고, 직선적으로 뻗어 있다. 한눈에 계단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구조라 사진 찍기에 훨씬 좋다. 그래서인지 ‘산넨자카 포토존’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나는 처음 이곳을 걸을 때 니넨자카에서 먼저 출발했다. 기온에서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그냥 ‘전통 거리 하나 더 있네’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산넨자카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계단 하나하나가 조금 더 날카롭고, 거리도 조금 더 조용했다. 그 정적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이 어쩐지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분위기와 감성,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니넨자카는 언제나 밝고 생기 넘친다. 전통 간식 가게, 기모노 대여점, 수공예 상점이 늘어서 있고, 그 앞엔 늘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활기찬 에너지와 활발한 관광의 느낌이 강하다. 말하자면 ‘살아 있는 거리’다. 골목 곳곳에서는 말차 아이스크림을 든 아이들, 기모노를 입은 커플, 수다 떠는 친구들의 모습이 한가득이다.

반면 산넨자카는 조금 더 ‘정제된 거리’라는 느낌이다. 상점 수는 적지만, 그만큼 여백이 많다. 조용히 걸을 수 있고, 벤치에 앉아 잠시 숨 고르기에도 좋다. 아침 일찍 이곳을 찾으면 거의 혼자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느 날 오전 8시 무렵 산넨자카를 걸었는데, 햇살이 계단 위로 내려앉고, 나무 기와 지붕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 순간, 마치 시간도 함께 멈춘 것 같았다.

니넨자카가 ‘사람을 구경하는 거리’라면, 산넨자카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리’라고 말하고 싶다. 둘 다 멋지지만, 목적에 따라 걷는 방식은 달라진다.

상점의 차이, 그리고 눈길을 끄는 디테일

상점 구성을 보면 니넨자카가 훨씬 다양하고, 관광객 친화적이다. 일본식 팬시 아이템부터 기념품, 말차 디저트, 감성 찻집, 기모노샵 등 트렌디한 요소가 많다. 특히 인기 있는 디저트 가게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경우도 많다. 소셜미디어에서 본 장면 그대로다.

산넨자카는 오히려 상점보다 ‘거리 그 자체’가 더 주인공인 느낌이다. 간판도 작고,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전통 찻집이나 골동품점, 작게 운영하는 도자기 상점들이 있다. 여행자보다 현지 교토 주민이 더 많이 찾는 분위기다. 어쩌면 낯선 이에게는 접근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번 들어가 보면 그 진심이 느껴진다.

한 번은 산넨자카 중간쯤에 있는 조용한 찻집에 들어갔는데, 나무 바닥을 조심스레 밟으며 안으로 들어가니, 기모노를 입은 중년 여성이 차를 내주었다. 말없이 따뜻한 차와 함께 나온 작은 단팥떡. 메뉴판도 없었고, 가격도 선불이 아니었다. 그 경험은 하나의 ‘상점’에서 얻은 게 아니라, 하나의 ‘기억’이었다. 니넨자카에선 이런 식의 조용한 인연은 좀처럼 만들기 어렵다.

둘 다 걷되, 걷는 목적을 달리하자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는 모두 교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둘은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이어져 있지만, 그 속에 담긴 풍경과 리듬은 완전히 다르다.

니넨자카는 시끌벅적한 생기를 원할 때 좋다. 활기찬 사진을 찍고 싶고, 맛있는 간식을 먹고 싶고, 여행의 들뜬 기분을 한껏 느끼고 싶을 때. 반면 산넨자카는 조용히 걷고, 생각하고, 나만의 속도로 여행을 이어가고 싶을 때 더 잘 어울린다.

 

그리고 걷다보면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스타벅스나 공차 등이 있다. 둘러보다 힘들면 중건에 커피 타임으로 들러 전통 가옥에서 차한잔 하시 좋다.  


나는 결국 두 골목을 모두 여러 번 걸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같은 길도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교토의 참맛은 아마 이런 데 있지 않을까. 느리게 걷고, 천천히 보고, 깊이 느끼는 것. 그리고 그런 경험이 가능한 곳이, 바로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