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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타이베이

타이베이는 제게 낯설지만 금세 친근해진 도시였습니다. 처음에는 ‘대만의 수도니까 그냥 큰 도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골목마다 다채로운 표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심 속에서도 오래된 시장,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음식 냄새가 공존하고 있었죠. 저는 이 도시에서 단순한 여행 이상의 것을 느꼈습니다. “삶이 조금 더 다정할 수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이랄까요.

 

타이베이에서 마주한 첫 풍경

비행기에서 내려 시내로 들어서는 순간, 제 눈에 먼저 들어온 건 타이베이 101이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건물은 그 자체로 도시의 상징이었고, “드디어 내가 대만에 왔구나”라는 실감을 안겨줬습니다. 낮에 본 101은 위풍당당했지만, 밤에 바라본 모습은 달랐습니다. 조명이 켜진 건물이 마치 하늘에 빛나는 등대처럼 서 있었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보였죠. 그 길로 저는 시먼딩을 향했습니다.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그곳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 쇼핑을 즐기는 현지인과 여행객, 그리고 골목마다 늘어선 노점 음식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저는 이상하게 편안했습니다. 낯선 도시의 번잡함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실감이 더 크게 다가왔으니까요.

먹거리에서 찾은 따뜻한 순간들

타이베이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음식입니다. 저는 닝샤 야시장을 걸으면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굴전, 대만식 소시지, 닭날개 볶음밥, 버블티까지. 한두 가지로는 만족할 수 없었고, 결국 조금씩 사 먹으며 골목을 끝까지 걸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건 망고 빙수였습니다. 커다란 얼음 위에 노랗게 쌓인 망고가 올려져 있었는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여름의 모든 햇살이 제 입안으로 들어온 듯했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은 현지 가족이 제게 웃으며 ‘더 먹어봐’라는 손짓을 해주셨을 때, 저는 음식이 단순히 맛을 넘어 마음을 나누는 매개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도시의 따뜻함은 음식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죠.

도심 속에서 만난 고요와 전통

타이베이는 분명 현대적인 도시이지만, 그 속에 고요와 전통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용산사를 찾았는데, 입구에서부터 향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나왔습니다. 현지인들이 진지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이 도시의 삶 한가운데에 잠시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국립고궁박물원에서는 대만의 깊은 역사와 문화가 펼쳐졌습니다. 석기시대 유물부터 정교한 청나라 보물까지, 그 수많은 전시물 속에서 저는 ‘대만은 작은 섬나라라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려한 도심 뒤에는 이렇게 긴 역사가 조용히 숨 쉬고 있었던 거죠.

타이베이가 준 여행의 의미

타이베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저는 이 도시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기서는 화려한 빌딩을 보다가도 작은 골목 안에서 따뜻한 인사를 받을 수 있고, 시끌벅적한 시장을 지나면서도 사원 안의 고요함에 기대어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저는 타이베이에서 ‘여행은 결국 사람과 순간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야시장에서 건넨 미소, 사원에서 느낀 평화, 그리고 도시 야경 속에서 스스로와 마주했던 시간. 그 모든 것이 제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또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타이베이 101보다도 먼저 떠올릴 건 아마 그 따뜻한 순간들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