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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

아오모리시는 일본 혼슈 최북단에 자리한 도시입니다. 사실 처음에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아오모리? 거긴 뭘 보러 가?”라는 말을 꽤 들었습니다. 도쿄, 오사카, 교토처럼 익숙한 도시들이 아니라서 약간은 생소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길이 아닌, 조금은 한적한 풍경 속에서 진짜 일본의 얼굴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오모리에서의 시간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숨 고르기’ 같은 여행이었습니다.

 

바다와 맞닿은 첫인상

아오모리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제 눈을 사로잡은 건 바다였습니다. 항구도시답게 바다 냄새가 공기 속에 묻어 있었고, 역 근처에서도 멀리 반짝이는 수면이 보였습니다. 도쿄의 바다와는 달랐습니다. 거대한 건물과 항만 시설로 가득 찬 풍경이 아니라, 바다와 도시가 조용히 이어져 있는 모습이었죠. 저는 산책 삼아 아오모리 항구를 걸었습니다. 바닷바람은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그날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가 서로 닮아가며 맞닿는 순간, ‘이래서 사람들이 먼 길을 와서라도 바다를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 앞에 서니 하루의 피곤함도,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도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어요.

네부타 축제와 거리의 열기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건 역시 ‘네부타 축제’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여름에 방문해 직접 이 축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밤이 되자 도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거대한 등불 장식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수많은 사람들이 ‘라세라, 라세라’라는掛け声(掛け声: 구호)를 외치며 함께 춤추고 행진했습니다. 그 장면 속에 있던 저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어느새 그들의 열정에 휩쓸려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점이 되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이런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니 묘한 해방감이 찾아왔습니다. 몸은 분명 지쳤는데,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습니다. ‘아, 여행이란 게 이런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밤이었죠.

사과와 사람의 따뜻함

아오모리는 일본에서 사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장이나 작은 상점에 들어설 때마다 사과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습니다. 저는 현지 상인이 건네준 잘 익은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는데, 그 달콤하고 상쾌한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단순히 과일을 먹은 게 아니라, 그곳의 계절과 정서를 맛본 기분이었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의 친절함입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제게 어떤 아주머니가 직접 동행해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언어는 서툴렀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게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절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아오모리에서 저는 ‘여행지의 매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오모리가 남겨준 여운

아오모리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담백함 속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바다와 축제, 그리고 사람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저는 ‘이 도시와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흔히들 아오모리를 지나쳐 홋카이도로 향하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제 여행 전체를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도 어쩌면 아오모리 같다.” 화려하지 않아도, 누구의 관심을 크게 받지 않아도, 자기만의 리듬과 색으로 조용히 빛나는 순간이 있는 거죠. 아오모리 여행은 제 마음 속 깊은 곳에 그런 울림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사과 향이 가득한 가을의 아오모리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