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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를 여행한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지옥온천 투어’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가보면 오히려 경이롭고 신기한 풍경에 감탄하게 되죠. 저는 이번에 벳푸를 찾으면서 하루를 온전히 지옥온천 투어에 투자했습니다. 여행 전에는 ‘그냥 온천물 색깔만 다른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보고 나니 각각의 매력이 너무 달라서 충분히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걸었던 순서대로, 그리고 느꼈던 감정 그대로 벳푸의 대표 지옥온천인 우미지옥, 치노이케지옥, 시라이케지옥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벳푸 지옥온천
벳푸 지옥온천

푸른 호수 같은 우미지옥

우미지옥은 벳푸 지옥온천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명소로 꼽힙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믿기 힘든 푸른빛 온천수였어요. 마치 호수처럼 넓고, 물 위로는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푸른 색감이 너무 청명해서 ‘정말 이게 자연에서 나온 색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안내판을 보니 온도가 98도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김 속에서는 매캐한 온천 냄새와 함께 땅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잠시 벤치에 앉아 우미지옥을 바라봤는데, 여행객들의 탄성이 계속 들려왔어요. 그 풍경이 워낙 비현실적이어서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감동적입니다. 옆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족욕탕이 있었는데,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니 몸 전체가 풀리는 기분이었죠. 한쪽 기념품 가게에서는 우미지옥 한정의 파란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는데, 뜨거운 족욕 후 먹으니 달콤하고 시원해서 여행의 피로가 한 번에 사라졌습니다.

붉은 지옥, 치노이케지옥

우미지옥의 푸른빛과 달리, 치노이케지옥은 강렬한 붉은빛으로 여행객을 압도합니다. 이름 그대로 ‘피의 연못’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보면 색이 선홍빛과 벽돌색 사이쯤 되는 짙은 붉은색이에요.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자연이 이런 색을 만들어낼 수 있나?’ 싶었습니다. 물 속에 있는 성분 때문에 이 색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그 광경이 굉장히 신비롭습니다. 저는 치노이케지옥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어요. 온천수에서 나오는 뜨거운 김이 붉은 연못 위로 퍼져서, 순간 마치 화산지대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죠. 기념품샵에서는 이 온천의 진흙 성분을 활용한 피부팩과 비누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저도 호기심에 하나 샀습니다. 여행 후 사용해보니 피부가 한결 부드러워져서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었죠. 치노이케지옥은 사진으로도 멋지지만, 직접 보면 색감과 열기의 조합이 주는 생생한 감동이 훨씬 큽니다.

안개 속의 신비, 시라이케지옥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시라이케지옥입니다. 이름의 뜻은 ‘흰 연못의 지옥’인데, 실제로 가보면 물빛이 유백색을 띱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부드러운 하얀 안개 같은 증기가 천천히 퍼져 있었고, 물 위로는 조용하게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다른 지옥온천보다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그 아담함이 주는 고요함이 매력적이었어요. 이곳의 특별한 점은 온천 속에 ‘온천 어항’이 있다는 겁니다. 뜨거운 온천수로 데워진 수조에서 열대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죠. 시라이케지옥은 화려한 색감보다는 은은한 매력과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서, 저는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그 풍경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벳푸의 다른 지옥온천이 강렬한 이미지라면, 시라이케지옥은 부드럽게 여행의 마무리를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벳푸 지옥온천 투어를 하면서 느낀 건, 같은 온천이라도 색깔, 분위기, 주변 풍경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우미지옥의 청명한 파랑, 치노이케지옥의 강렬한 붉음, 시라이케지옥의 고요한 흰빛. 그 세 가지 색이 하루 안에 제 눈에 차례로 들어왔다는 게 참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또한, 온천의 열기와 냄새,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경험이 되더군요. 벳푸를 단순히 ‘온천 도시’라고 부르는 건 이곳의 매력을 절반만 설명하는 겁니다. 실제로 와서 보고, 느끼고, 심지어 냄새까지 맡아봐야 비로소 이 매력을 이해할 수 있죠. 다음에 다시 벳푸를 찾는다면, 계절을 바꿔서 지옥온천의 다른 얼굴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혹시 벳푸를 가실 계획이 있다면, 하루는 꼭 온전히 지옥온천 투어에 써보시길 권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