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벨라트(Berat)는 알바니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천 개의 창문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처럼 흰색 오스만 양식 주택들이 언덕을 따라 층층이 늘어선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도시는, 발칸 반도 속 숨은 보석이라 불릴 만큼 깊은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으며,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유럽의 오래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알바니아

고요한 풍경 속 유산 도시의 매력

벨라트의 도심은 오스만 제국 시기의 전통 건축물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 같습니다. 특히 고리차(Gorica)와 만갈렘(Mangalem) 지구는 벨라트의 대표적인 구시가지로, 흰 벽과 갈색 지붕을 가진 집들이 언덕을 따라 계단식으로 늘어서 있으며, 그 창문들이 마치 서로를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두 지역은 오스만 시대 무슬림과 기독교인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으나, 현재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평화로운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만갈렘 지구의 작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수세기 된 석조 다리와 분수, 교회와 모스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관광지로서 개발이 과도하지 않아, 아직도 지역 주민들이 전통 주택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여행자는 이들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습니다.

벨라트 성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

벨라트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올라야 할 곳이 바로 벨라트 성(Kalaja e Beratit)입니다. 13세기에 축조된 이 성은 도시 위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일부 주민이 성 안에 거주하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와 오소미 강(Osumi River)이 어우러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특히 일몰 시간의 풍경은 벨라트 최고의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 내부에는 성 마리아 교회오누프리(Iconography) 박물관이 있어, 알바니아 정교 문화와 중세 아이콘 회화의 진수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자갈길과 돌담, 전통 가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성 안은 역사 애호가에게도 이상적인 탐방지이며, 사진가나 예술가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현지 문화와 슬로우 라이프 체험

벨라트의 매력은 풍경이나 유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도시에는 아직도 전통 방식으로 빵을 굽는 베이커리,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카페, 시장과 거리 상점이 살아 있어,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특히 지역 전통 음식인 타브 케마(Tavë kosi, 요거트 양고기 찜), 플리아(전통 파이), 벨라트 와인과 올리브오일은 꼭 맛봐야 할 요소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현지 농산물로 조리된 음식이 제공되며, 음식과 함께 나누는 느린 대화가 여행의 묘미를 더해 줍니다.

매년 여름에는 도시 축제와 음악 공연도 열려 현지 예술가들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고, 인근 농촌 마을에서는 와이너리 투어나 허브 체험도 가능해 슬로우 트래블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입니다.

벨라트는 크지 않은 도시지만, 걷는 걸음마다 역사를 만나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유명 관광지보다 조용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곳을 찾고 있다면, 발칸 반도의 숨은 진주 벨라트를 천천히 걸어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