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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는 도쿄에서 전철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전혀 다른 공기를 마시게 되는 도시입니다. 항구도시 특유의 개방감,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바닷바람,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지는 석양빛이 참 매력적이죠. 저는 요코하마에 갈 때마다 ‘여유’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발걸음이 절로 느려지고, 주변 풍경을 찬찬히 바라보게 되는 곳이니까요.

요코하마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바다와 도시가 만나는 풍경

미나토미라이는 요코하마의 상징 같은 지역입니다. 바다를 따라 늘어선 현대적인 건물과 관람차,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개항 시절의 붉은 벽돌 창고까지. 옛것과 새것이 묘하게 어울립니다. 저는 오후 늦게 이곳을 찾는 걸 좋아합니다. 해가 기울면서 바다 위로 주황빛이 번지고, 관람차 불빛이 하나둘 켜질 때, 도시 전체가 마치 한 편의 로맨틱 영화 속 장면처럼 변하거든요.

특히 붉은 벽돌 창고(아카렌가)는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곳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카페, 잡화점, 수공예품 가게들이 가득하고, 계절마다 플리마켓이나 이벤트가 열립니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데, 따끈한 글뤼바인(향신료 와인) 향이 공기를 가득 채우죠.

차이나타운, 먹거리의 천국

미나토미라이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일본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나옵니다. 붉은 아치형 입구를 지나면, 사방에서 요리 냄새가 몰려옵니다. 군침이 절로 도는 순간이죠. 저는 이곳에서 매번 ‘오늘은 조금만 먹어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골목을 돌 때마다 유혹에 굴복합니다. 샤오롱바오, 고추기름이 듬뿍 뿌려진 탄탄멘, 바삭한 춘권, 그리고 마지막엔 당연히 딤섬으로 마무리.

밤이 되면 네온사인이 켜져 골목이 더 화려해집니다. 상점 앞에 걸린 붉은 등불과 반짝이는 간판이 반사돼 길바닥이 빛나는 모습은, 도쿄의 번화가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매력을 풍깁니다. 가끔 길가에서 들려오는 중국 전통 음악 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질 때면, 진짜 해외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야마시타공원, 바닷바람과 함께 걷는 산책길

차이나타운에서 조금만 걸으면 야마시타공원에 닿습니다. 이곳은 요코하마 시민뿐 아니라 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는 산책 명소입니다. 공원 옆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멀리 요코하마 베이브리지와 정박해 있는 기념선 ‘히카와마루’가 보입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면, 그냥 벤치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앉아 있게 됩니다.

제가 여름에 왔을 때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겨울에는 바람이 매섭지만, 그 차가움마저도 이 도시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해질 무렵 야마시타공원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정말 멋집니다. 하늘이 분홍빛과 주황빛으로 물들고, 바다 위에 반사된 빛이 반짝이는 순간, 그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이 절로 차분해집니다.

요코하마는 단순히 ‘볼거리 많은 도시’가 아닙니다. 이곳에는 항구도시 특유의 여유와 낭만이 있고,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풍경이 있습니다. 미나토미라이에서 현대적인 도시의 얼굴을, 차이나타운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활기를, 야마시타공원에서 고요한 바닷바람을 느끼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갑니다. 저는 다음번에 요코하마를 찾을 때도, 이 세 곳을 꼭 다시 걸을 생각입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그날의 날씨와 제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보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