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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탈리아 마테라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 중 하나로, ‘돌로 만든 도시’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사씨 지역의 동굴 가옥, 석회암 절벽 위에 자리한 교회들, 도시 전체가 빛과 그림자를 품은 거대한 세트장 같은 풍경은 여행자를 과거로 이끈다. 이번 글에서는 마테라의 핵심 명소들을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실제 여행자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분석하며,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과 디테일까지 담아 집중 탐구했다.
사씨 디 마테라 – 도시를 정의하는 거대한 돌의 미로
사씨 디 마테라는 마테라 여행의 중심이자 이 도시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핵심 명소다. 처음 이곳을 마주하면 ‘과연 사람이 이렇게 살았을까?’라는 놀라움이 먼저 찾아온다. 석회암 절벽을 그대로 파서 만든 동굴 가옥들은 단순한 주거 형태가 아니라 역사 그 자체이며, 마치 고대 문명이 멈춘 채 살아남은 하나의 생명체 같은 느낌이다. 골목 하나를 돌 때마다 돌벽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고,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색이 부드럽게 바뀌며 도시가 숨을 쉬는 듯한 감각을 준다. 사씨 지역을 걸어보면 마테라가 단순히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 ‘시간을 보존한 도시’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어떤 길은 가파르게 아래로 이어지고, 어떤 길은 끝없이 위로 향해 시야가 갑자기 탁 트이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관람객이 많은 특정 구역에서는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아무런 표시도 없이 옛 주민들이 실제로 걸었을 법한 좁은 통로가 나타난다. 그 고요함 속에서 여행자는 마치 수백 년 전의 생활을 엿보는 듯한 기묘한 감정을 느낀다. 특히 사씨 바리사노와 사씨 카베오소 두 지역은 같은 동굴 마을이라도 분위기가 뚜렷하게 다르다. 바리사노는 상대적으로 넓고 길이 여유 있어 접근성이 좋지만, 카베오소는 더 가파르고 원형에 가까운 동굴 형태가 많이 남아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도시의 본래 모습을 느끼기에도 훨씬 생생하다.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천천히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햇빛과 공기의 냄새 변화가 이 도시가 가진 ‘시간의 결’처럼 다가온다. 여행자는 이 지역에서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마테라라는 도시 자체를 경험하게 되고, 이런 독특한 감정이 마테라를 여타 유럽 도시와 완전히 구분 짓는다.
구역 속 구역, 비석조물처럼 남은 교회들 – 마테라 종교문화 해석하기
마테라의 교회들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도시 건축의 핵심을 이루는 구조적·문화적 상징물이다. 대표적으로 산타 마리아 드 이드리스 교회는 절벽 위에 깊게 박혀 있어 멀리서 보면 바위와 교회 벽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내부에 들어서면 조용한 어둠과 바위 특유의 서늘함이 감돌아, 세월의 무게가 단숨에 몸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여기에 남아 있는 벽화는 오래되었음에도 그 형태와 색이 묘하게 살아 있어, 시간이 희미하게 흐르는 공간에 들어선 기분을 준다. 또 하나 중요한 교회는 산 피에트로 카베오소 교회다. 이곳은 마테라 전체를 조망하기 좋은 위치에 있어, 여행자가 종교적 상징성과 도시의 풍경을 함께 체감할 수 있는 드문 장소다. 교회 내부는 과하게 장식되지 않고, 돌벽 그대로의 질감이 남아 있어 건물이 아닌 자연 동굴에서 기도를 드리던 초기 신앙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곳의 특이점은 외부와 내부가 큰 대비를 이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을 닫고 들어갔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공간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바람이 옅게 스며드는 같은 돌의 연장이자 삶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마테라의 교회들은 ‘사치 없는 웅장함’을 보여준다. 대리석이나 금장 장식 대신 돌의 거친 표면 그 자체가 공간의 본질이 된다. 종교적 아름다움은 조명 아래 화려하게 빛나는 성당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둑한 동굴 속에서 수백 년을 지켜온 조용한 벽화에서 발견된다. 이런 공간을 걷다 보면 마테라의 종교문화는 기념비적이라기보다 인간적인 신앙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도시의 교회들은 관광명소라기보다 삶과 정신이 긴 세월 동안 쌓여 남은 자연스러운 결과물에 가깝다.
마테라의 전망과 야경 –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명장치
마테라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가장 깊게 기억하는 순간은 대개 해질녘 혹은 밤이다. 낮에는 전체적인 구조와 골목의 세부적인 돌질감이 잘 보이지만,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면 도시의 모든 요소가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특히 사씨 지역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은 창문 하나하나에서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의 풍경은 마치 거대한 야외 무대처럼 느껴진다. 도시가 아니라 ‘빛으로 조각된 마테라’라는 별도의 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다.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들은 많지만, 마테라처럼 ‘빛이 지형과 건축의 일부’가 되는 도시는 드물다. 주변이 모두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공간을 크게 덮고 그 사이사이에서 조각처럼 불빛이 드러난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돌집이 층층이 쌓여 있어 마치 작은 집들이 하나의 거대한 절벽 도시를 구성하는 듯한 독특한 패턴이 보인다. 이러한 구조는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결코 그대로 담기지 않으며, 실제로 마주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깊은 감정이 있다. 특히 밤이 되면 바람의 소리와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도시 전체가 고요하게 변한다. 그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선명해지고, 돌계단을 내려가는 여행자의 발자국 소리조차도 도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전기를 사용한 조명과 자연의 어둠이 공존하는 이 시간대는 마테라의 가장 강렬한 매력을 보여주는 순간으로, 많은 여행 전문가들이 “마테라는 밤에 완성된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의 야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오래 남는 감정을 남긴다.
마테라는 단순히 오래된 동굴 도시가 아니라, 인간의 삶·신앙·문화가 돌 속에 천천히 스며든 하나의 거대한 기록물이다. 사씨 지역의 생생한 구조, 절벽에 자리한 교회들의 고요함, 그리고 밤이 되면 빛으로 재탄생하는 도시 전경까지 마테라는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품은 특별한 장소다. 이 도시를 천천히 걸어보면 여행지 이상의 감정이 남는다. 마테라는 보는 도시가 아니라 ‘느끼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