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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푸른 보석, 피지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렙니다. 저는 피지를 ‘휴양지’라는 막연한 단어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발을 딛고 난 뒤 그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맑은 바다와 리조트가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웃음과 여유, 그리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피지에서 보낸 며칠은 제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피지
피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느낀 자유

피지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끝없이 펼쳐진 바다였습니다. 사진으로 볼 땐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눈앞에서 본 바다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에메랄드빛과 청록색이 층을 이루며 햇살에 반짝였고, 파도는 거칠지 않게 잔잔하게 밀려왔습니다. 저는 신발을 벗고 해변 모래 위에 맨발로 서 있었는데, 발끝에 닿는 바닷물의 시원함이 몸을 한순간에 해방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스노클링을 하면서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마치 또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듯했습니다.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제 주위를 유영하고, 산호초가 만들어낸 풍경은 마치 살아 있는 정원을 보는 듯했습니다. 숨을 참고 바닷속을 바라보며 문득 ‘이곳에서는 모든 게 단순하고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 위에서는 인간이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걸, 피지의 바다가 조용히 일깨워주는 것 같았습니다.

현지인과의 만남, 따뜻한 환대

피지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건 단연 사람들의 미소였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현지인들이 “Bula!”라고 외치며 두 팔을 벌려 반겨주었는데, 그 인사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곧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 작은 마을을 방문했는데, 마을 어르신이 직접 전통 음료인 ‘카바’를 건네주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맛봤을 땐 낯설고 약간 씁쓸했지만, 그 음료에 담긴 ‘함께 나누는 마음’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수줍게 다가왔다가도 금세 웃으며 손을 잡고, 여성들은 손수 짠 직물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저는 그 속에서 관광객이 아닌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피지는 단순히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그 자연을 닮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여유

피지에서는 하루하루가 달리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도시에서 늘 쫓기듯 살아가던 저에게 피지의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흘렀습니다. 아침에는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는 걸 바라보다가, 오후에는 해먹에 누워 책을 읽으며 바람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별이 쏟아지듯 하늘을 덮었고, 바닷가에 앉아 별빛을 세다 보면 하루가 저절로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섬마을에서의 하루였습니다. 전기가 충분하지 않아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여 앉아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행복이란 결국 단순한 것에서 오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마트폰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지만, 웃음과 대화만으로 충분히 풍족한 밤이었습니다. 피지는 제게 ‘삶의 속도를 늦춰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피지가 남긴 선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저는 피지에서의 나날을 곱씹었습니다. 바다의 푸른 빛깔, 사람들의 미소,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 피지는 단순히 한 번 다녀온 여행지가 아니라, 제 삶의 태도를 바꾸어준 선물이었습니다. 돌아와서도 저는 가끔 피지에서 배운 호흡을 떠올립니다. 일이 바쁘고 마음이 복잡할 때면, 눈을 감고 그때의 바다와 사람들의 “Bula!” 인사를 떠올립니다. 그러면 조금은 숨을 고르고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피지는 제게 단순히 아름다운 여행지가 아니라, 삶의 균형과 행복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