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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크리(Viscri)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에 위치한 작은 전통 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교회 요새(Fortified Church)와 독특한 전통 농가, 그리고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사랑한 마을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은 고요한 자연과 함께 슬로우 트래블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관광객보다 현지인의 삶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유럽 시골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교회 요새: 중세부터 이어진 방어와 신앙의 상징
비스크리의 중심에는 13세기 건축된 루터교 교회 요새가 우뚝 서 있습니다. 원래 색슨족 주민들이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지은 이 요새는, 고딕 양식의 교회와 방어탑, 곡물 창고 등이 성벽 안에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중세 유럽의 방어 건축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요새 내부는 작지만 섬세하게 꾸며져 있으며,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면 비스크리 마을 전경과 트란실바니아의 끝없는 초원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유네스코는 이 마을의 교회 요새를 “중부 유럽의 독특한 농촌 방어 체계”로 평가하며 세계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파란 회벽의 전통 농가와 마차가 오가는 마을
비스크리 마을을 걷다 보면 파란색 회벽으로 칠해진 전통 농가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집들은 대부분 18~19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독일계 색슨족의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만든 목조 기와집입니다. 농가 안에는 <strong수공예 러그, 수세미, 양말, 치즈, 수제 비누 등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가게도 있어 마을 여성들의 전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아직도 말이 끄는 마차가 마을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빵을 장작 화덕에서 굽고, 염소젖 치즈를 아침마다 짜내는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느리지만 정갈한 루틴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은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 여행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줍니다.
찰스 왕의 마을로 알려진 이유
영국의 찰스 3세 국왕(당시 찰스 왕세자)는 비스크리를 처음 방문한 1998년, 마을의 고요함과 역사적 가치에 감동을 받아 한 전통 농가를 직접 구입하고 보존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루마니아 전통 마을 보존을 위해 왕실 재단(The Prince's Foundation)을 통해 비스크리와 인근 지역의 복원 및 교육 프로젝트를 지원해왔습니다.
그의 숙소는 현재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며, 찰스가 실제로 사용한 가구와 사진, 서적 등이 전시되어 있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찰스 왕은 비스크리를 “시간이 멈춘 마을”이라 칭하며 슬로우 트래블과 유산 보존의 대표 사례로 언급해 왔습니다.
그의 이러한 관심 덕분에 비스크리는 영국과 서유럽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었고, 현재는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지속 가능한 여행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비스크리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역사, 전통, 자연, 그리고 문화 보존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특별한 마을입니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진짜 유럽을 느껴보고 싶다면, 비스크리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