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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타 디 바뇨레지오는 이탈리아 라치오 지방에서도 가장 독특한 풍경을 가진 마을로, ‘죽어가는 도시’라는 별명 때문에 더 유명해졌지만 실제로는 살아 있는 시간 그 자체를 품은 공간이다. 가파르게 깎인 절벽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이 마을은 다리 하나로만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 여행자를 자연스럽게 과거로 데려간다. 이번 글에서는 시비타 디 바뇨레지오에서 꼭 경험해야 할 핵심코스를 중심으로, 이 도시가 왜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감정을 남기는지 천천히 풀어보려 한다.

시비타 디 바뇨레지오
전망대 – 시비타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순간
시비타 디 바뇨레지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향하게 되는 곳이 바로 전망대다. 이곳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들르는 장소인데, 이유는 단순하다. 시비타가 왜 ‘바람에 깎여 사라져가는 도시’라고 불리는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비타는 한순간에 여행자의 감정을 멈춰 세운다. 높은 계곡 위에 홀로 떠 있는 듯한 마을의 모습은 현실이라기보다 오래된 동화나 일러스트 속에 존재할 법한 풍경에 가깝다. 나는 이 전망대에 섰을 때,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감촉보다 먼저 ‘어떻게 이런 장소가 지금까지 버텨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계곡과, 중세 시대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돌 건물들이 대비되며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전망대에서는 아침, 낮, 노을 모두 각기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연결다리 – 시비타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
시비타 디 바뇨레지오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것이 바로 이 긴 연결다리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인도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이 다리가 마을의 분위기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장치라는 걸 알게 된다. 계곡 사이로 이어진 이 길을 걷는 동안 바람이 부딪히고 발 아래로는 깊게 패인 협곡이 펼쳐져 있다. 처음 이 다리를 건널 때 발걸음이 저절로 천천해지는 이유는 풍경이 주는 압도감 때문이다. 낮과 노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두 번 걷는 것이 좋다.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길이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여 순간적으로 아찔해지기도 한다.
마을 내부 골목 – 시간이 멈춘 공간
시비타의 골목을 걷기 시작하면, 이 마을이 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돌바닥은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묵직한 감촉을 전달하고, 양옆의 건물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관광객이 많아도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분위기는 이 마을이 외부 세계와 분리된 듯한 독특한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작은 광장이나 전망 포인트가 불쑥 나타나는데, 이런 순간들이 여행의 깊이를 만든다. 창틀의 작은 화분, 벽면의 색감, 돌담에 드리워진 그림자 같은 사소한 것들이 모두 시비타의 풍경이다.
시비타 디 바뇨레지오는 전망대의 경외감, 다리를 건너는 긴장감, 그리고 골목의 깊은 고요함이 하나로 이어지는 특별한 여행지다. 화려함보다 시간이 주는 감성에 더 가까운 도시이며 천천히 걸을수록 그 매력이 선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