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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주의 주도, 멜버른은 ‘예술과 문화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멜버른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다른 호주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물 벽면 가득 그려진 그래피티, 카페마다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 그리고 거리마다 들려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언어. 마치 여러 세계가 한 도시에 모여 있는 듯했습니다. 저는 멜버른에서 단순히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라도 이 도시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골목길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멜버른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호시어 레인(Hosier Lane)’ 같은 골목길입니다. 저는 멜버른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찍 골목을 찾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벽화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벽마다 알록달록하게 덧칠된 그래피티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전시관 같았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제가 며칠 뒤 다시 찾았을 때 벽화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는 겁니다.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오래된 그림은 일부 가려지면서 매번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술이란 정해진 공간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삶의 일부라는 걸 그 골목에서 강하게 느꼈습니다.
카페 문화 속에서 배운 여유
멜버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도시이기도 합니다. 저는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인데, 멜버른의 카페 문화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하나의 ‘삶의 방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작은 골목 안 카페에 들어서면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 이야기를 들려주고, 손님들은 책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한 카페에서 라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따뜻한 커피 향과 함께 거리의 사람들, 그래피티가 뒤섞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가 아니라 이 도시의 일상이 된 듯했습니다. 멜버른은 ‘바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도시였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멜버른
도시의 세련된 분위기만큼이나 멜버른 근교의 자연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 드라이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가 장엄하게 서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한참을 서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봤습니다. 또 멜버른 근교의 야라 밸리(Yarra Valley)는 와인으로 유명한데, 포도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마신 와인 한 모금은 도시의 커피와는 또 다른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멜버른은 도시와 자연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고, 그 균형이 사람들에게 더 풍요로운 삶을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멜버른이 남긴 울림
멜버른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예술과 여유,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삶의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벽화로 가득한 골목에서 느낀 자유로움,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전해준 따뜻한 여유, 그리고 바람과 파도가 함께 만든 대자연의 장엄함. 돌아온 후에도 저는 종종 멜버른의 골목길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때처럼 커피를 내리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멜버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제가 어떤 삶을 꿈꾸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 도시였습니다. 화려하면서도 따뜻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창의적인. 그래서 멜버른은 제게 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