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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관문이자 가장 큰 도시, 오클랜드. 저는 이곳을 단순히 ‘도시 여행지’라고 생각하며 찾았지만, 막상 도착하자 오클랜드는 도시와 자연,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시의 고층 빌딩과 항구의 요트, 그리고 조금만 나가면 펼쳐지는 푸른 초원과 화산지대. 여행 내내 오클랜드는 제게 ‘균형 잡힌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람과 함께 걷는 오클랜드의 항구
오클랜드를 처음 마주한 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항구였습니다. ‘세일링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요트가 줄지어 정박해 있었고, 돛이 바람에 흔들리며 부드럽게 움직였습니다. 저는 워터프론트를 따라 천천히 걸었는데, 마치 도시가 바다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항구가 황금빛으로 빛났습니다. 테라스 카페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본 오클랜드의 노을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풍경이었습니다. 도시의 활기와 바다의 여유가 한 화면에 담긴 그 순간, ‘아, 여기가 진짜 오클랜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카이타워에서 내려다본 풍경
오클랜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카이타워에 올랐을 때, 발아래로 펼쳐진 풍경은 장관이었습니다. 360도로 시내와 항구, 그리고 멀리 보이는 화산섬까지 모두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투명 유리 바닥 위에 서 있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동시에 ‘이 도시가 가진 스케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엔 ‘사람이란 결국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평소엔 빌딩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바다와 섬들이 높은 곳에 올라서야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오클랜드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얼굴을 지닌 ‘입체적인 공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자연 속에서 찾은 오클랜드의 또 다른 매력
도시만 보고 돌아왔다면 오클랜드를 반쪽만 본 셈일 겁니다. 저는 현지 친구의 권유로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 마운트 이든(Mount Eden)에 올랐습니다. 분화구를 따라 걷다 보면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지면서도 마음은 더없이 시원해졌습니다. 화산이 만든 지형과 푸른 초원이 공존하는 풍경은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철학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경험은 와이헤케 섬에서의 하루였습니다. 배를 타고 40분쯤 달려 도착한 섬은 포도밭과 와이너리로 유명했는데, 그곳에서 마신 와인은 단순히 맛을 넘어 섬의 햇살과 바람이 담긴 듯했습니다. 해 질 무렵 섬 언덕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을 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클랜드가 남긴 울림
오클랜드에서 보낸 며칠은 제게 단순한 여행 이상의 시간이었습니다. 빌딩과 항구가 어우러진 도시의 활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철학,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돌아와서도 저는 종종 오클랜드의 바람을 떠올립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항구의 요트와 붉은 노을, 그리고 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본 그 끝없는 풍경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의 고민들이 조금은 작게 느껴집니다. 오클랜드는 단순히 뉴질랜드의 도시가 아니라, 제게 ‘삶의 균형’을 다시 배우게 해 준 장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