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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는 건 초고층 빌딩과 사막 위의 기적 같은 도시일 겁니다. 저 역시 그런 이미지를 안고 두바이에 도착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순간 느낀 건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선, 인간이 만들어낸 의지와 대비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거대한 건축물과 끝없는 모래사막, 그리고 현지인들의 따뜻한 환대가 공존하는 두바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극과 극의 공존’을 보여주는 무대 같았습니다.
사막에서 마주한 고요와 자유
두바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사막 투어였습니다. 낮에는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고 모래가 발밑에서 이글거렸지만, 그 속을 달리는 4WD 차량의 흔들림은 마치 모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짜릿함을 안겨주었습니다. 차가 모래 언덕 위로 올라갔다가 급하게 미끄러져 내려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이내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막 한가운데에 멈춰 섰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황금빛 모래 물결은 바다와 다르지만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저는 마치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도시의 소음, 스마트폰의 알림, 바쁜 일상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바람과 모래만이 제 곁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 두바이가 주는 자유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초고층 빌딩 속에서 느낀 인간의 야망
사막의 고요와는 정반대로, 두바이 도심에서는 인간의 야망과 창조의 힘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단연 부르즈 칼리파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직접 눈앞에 두고 올려다봤을 때, 제 목이 아플 정도로 끝없이 솟아오른 건물은 인간이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았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본 두바이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바다와 사막 사이에 세워진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고, 끝없이 이어진 도로와 반짝이는 고층 빌딩 숲이 마치 미래 도시를 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웅장한 풍경 속에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높이 올라가려는 건 결국 더 멀리 보고 싶고, 더 많은 걸 이루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하고요. 두바이의 화려함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그들의 꿈이 현실로 이어진 결과라는 걸 느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따뜻한 정
두바이라고 하면 ‘부자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속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의외로 사람들의 따뜻함이었습니다. 골목 시장을 둘러보다가 길을 잃었을 때, 한 현지인이 먼저 다가와 “어디 가냐”고 물어주었고, 직접 몇 분을 함께 걸어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단순한 친절이었지만, 낯선 곳에서 만난 따뜻한 손길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전통 시장인 수크(Souk)에서 사람들과 흥정하며 웃었던 기억도 잊을 수 없습니다. 금빛 장신구, 향신료, 직물들이 가득한 시장은 화려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상인들은 장난스럽게 가격을 흥정했고, 저는 그 과정에서 오히려 여행자가 아닌 ‘손님’으로 환대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바이는 단순히 고층 건물과 사막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들의 미소가 더해져 완성되는 도시였습니다.
두바이가 남긴 울림
여행의 마지막 날, 저는 두바이 분수 쇼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하늘 높이 치솟는 물줄기와 그에 반사된 조명은 장관이었지만, 제 마음속에 남은 울림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사막과 바다, 고층 빌딩과 시장, 화려함과 소박함이 모두 공존하는 두바이는 ‘모순 같지만 조화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두바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것을 품어라. 그러면 그 안에서 너만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여행지로 시작한 두바이는 결국 제 마음속에 삶의 균형에 대한 메시지를 남겨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두바이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