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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를 여행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산노미야예요. 고베의 교통 중심지이자 쇼핑, 맛집, 야경까지 전부 모여 있는 동네죠. 산노미야는 그 자체로 ‘작은 고베’라고 할 만큼 다양한 매력이 농축되어 있어요. 당일치기든, 숙박이든, 고베 여행의 출발점이자 마무리로 딱 알맞은 곳. 이번 글은 제가 직접 걸으며 느낀 산노미야의 핵심 동선을 정리해볼게요.
1. 센터가이 상점가 – 고베의 맥박을 걷다
산노미야역에서 내리면 바로 이어지는 곳이 센터가이(センター街) 상점가예요. 비가 와도 걷기 좋은 아케이드형 상점가로, 양옆으로 옷가게, 잡화점, 드럭스토어, 전자제품, 카페 등 없는 게 없어요. 쇼핑 목적이 아니라도 사람들 사이를 걷는 그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살아 있는 도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이곳에서 유니클로, 무인양품, GU 같은 브랜드 매장도 들렀고, 일본 한정 굿즈를 파는 캐릭터 샵도 재미있게 구경했어요. 가격대는 오사카보다 약간 높은 편이지만, 관광객이 덜 몰려 있어서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소규모 편집숍들이었어요. 고베 현지 디자이너가 만든 액세서리, 손으로 직접 만든 가죽 소품 같은 걸 파는 작은 가게들이 정말 감각적이더라고요.
2. 산노미야 맛집 – 혼자여도 괜찮은 가게들
산노미야의 매력 중 하나는 ‘혼밥’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혼자 고베를 여행하다 보면 식사 선택이 고민이 될 수 있는데, 이 지역은 1인 손님에 익숙한 가게들이 정말 많아요.
제가 갔던 곳 중 기억에 남는 건 ‘스테이크랜드 고베’. 고베규로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점심 특선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어요. 오픈 주방 앞에 앉으면 셰프가 직접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고소한 향이 바로 코앞에서 올라와서 식욕을 자극해요. 혼자라도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좌석 구조라 마음 편했어요.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곳은 ‘이치란 라멘’ 산노미야점. 칸막이 있는 개인석에서 조용히 라멘 한 그릇을 즐길 수 있어서 여행 중 진짜 힐링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 외에도 타코야키 가게, 푸딩 전문점, 갓 구운 크루아상 카페 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거나 디저트를 즐기기 좋은 곳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어요.
3. 이쿠타 신사와 야경 산책 루트
산노미야 번화가에서 몇 분만 걸으면 이쿠타 신사(生田神社)가 나와요. 도시 속에 이렇게 조용한 공간이 있다는 게 처음엔 신기했어요. 붉은 도리이(신사 문)를 지나면 갑자기 공기가 달라져요. 정갈한 정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그리고 신사 특유의 묵직한 고요함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줘요.
여기에서 잠시 쉬고, 다시 산노미야역 방면으로 걸으면 저녁 즈음이 돼요. 그때쯤이면 하늘이 점점 파랗게 변하고,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죠. 저는 그 시간대에 하버랜드 방향으로 향했는데, 산노미야역에서 포트타워까지 걷는 길은 고베 야경을 즐기기에 아주 좋아요.
중간에 ‘고베 루미나리에’ 거리도 지나가는데, 계절에 따라 빛축제가 열리는 구간이라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혼자여도,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고베의 불빛을 보며 걷는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고베 산노미야는 ‘여행자 친화 도시’
산노미야는 관광지라기보단, 여행자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간 같아요. 어디든 도보로 이동 가능하고, 혼자서도 불편함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있어요.
쇼핑하고, 맛집 들르고, 신사에서 휴식하고, 해질 무렵 야경을 즐기며 마무리하는 하루. 고베 산노미야는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알차지만, 하루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에요.
다음 고베 여행이 있다면, 산노미야 한복판에 숙소를 잡고 아침부터 밤까지 천천히 둘러보고 싶어요. 그 정도로 편하고, 또 애착이 생긴 장소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