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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즐랜드주의 중심 도시, 브리즈번은 흔히 시드니와 멜버른에 가려 잘 조명되지 않는 곳이지만, 막상 직접 가보면 이 도시만의 매력이 뚜렷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호주 여행 중 잠시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으로 브리즈번을 찾았는데, 예상치 못한 따뜻함과 여유로움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강을 따라 흐르는 바람, 도시 곳곳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웃음, 그리고 야자수 사이로 내리쬐던 햇살까지. 브리즈번은 ‘도시에서 쉼표를 찾는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브리즈번
브리즈번

브리즈번 강변에서 만난 여유

브리즈번을 처음 만난 곳은 바로 강변이었습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브리즈번 강은 도시를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었고, 강변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강을 따라 이어진 ‘사우스 뱅크 파크랜즈(South Bank Parklands)’를 걸었는데, 이곳은 현지인들이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여유를 즐기는 대표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놀라웠던 건 도심 한복판에 조성된 인공 해변 ‘스트리츠 비치(Streets Beach)’였습니다. 도시 속에서 수영장이 아닌 진짜 백사장 같은 해변을 만난 순간,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있었고, 어른들은 그늘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 속에서 저도 한참을 앉아 강 건너의 도시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스토리 브리지에서 본 야경

브리즈번을 상징하는 곳 중 하나가 ‘스토리 브리지(Story Bridge)’입니다. 낮에도 멋지지만, 밤에 다리에 불이 켜지면 완전히 다른 매력이 펼쳐집니다. 저는 강변 카페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 일부러 다리 쪽으로 걸어가 봤습니다. 네온 불빛이 강물에 반짝이며 비치는데, 그 장면이 참 로맨틱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스토리 브리지 어드벤처 클라임’ 체험이었습니다. 다리를 직접 걸어 올라 정상에 서면, 브리즈번 시내와 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얼굴이 시원하게 식었고, 발아래 펼쳐진 불빛의 바다를 보며 도시가 이렇게 따뜻하게 빛날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느낀 짜릿한 해방감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브리즈번에서 만난 사람들

도시의 풍경만큼이나 마음에 남은 건 브리즈번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카페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현지인은 제가 여행자라는 걸 알자 “이 도시는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좋아”라며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또 작은 서점에서 계산을 하던 주인은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K-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며 반갑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처럼 브리즈번은 사람들의 친근함이 도시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은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낯선 도시에서조차 마음이 편안했던 건, 바로 이런 순간들 덕분이었죠.

브리즈번이 남긴 기억

브리즈번에서 보낸 며칠은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의 흐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나 눈부신 랜드마크가 아니더라도, 도시와 강, 사람과 햇살이 어우러진 풍경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저는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본 브리즈번의 강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그 강이 도시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듯, 브리즈번은 제 마음 속에 잔잔한 물결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다음에 호주를 다시 찾는다면, 저는 분명 또다시 브리즈번에서 발걸음을 멈출 겁니다. 그 여유와 따뜻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