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와사키시는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에 자리한 도시지만, 두 거대 도시 사이에 끼어 있다는 이유로 자칫 ‘그냥 지나가는 곳’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하루를 온전히 보내보면, 가와사키는 그만의 색이 뚜렷한 곳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오래된 신사와 현대적인 쇼핑몰, 그리고 한적한 강변 산책길이 모두 공존하는, 묘하게 균형 잡힌 도시입니다.

가와사키시

가와사키 대사, 고요한 새벽의 종소리

아침 일찍 가와사키에 도착하면, 저는 늘 가와사키 대사로 향합니다. 전철역에서 조금 걸으면 길가에 향 냄새가 서서히 스며들고, 점점 전통 건물 지붕이 보입니다. 이곳은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신앙의 중심지로, 매년 새해에는 수많은 참배객이 몰려듭니다. 하지만 평일 아침에 찾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고요합니다.

경내에 들어서면 나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커다란 종이 울릴 때는 공기가 미묘하게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그 순간마다, 번잡한 도시 속에서도 이런 평화로운 공간이 있다는 게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부적이나 전통과자도 구경할 만하고, 사계절마다 바뀌는 경내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라조나, 도시의 활기를 느끼다

가와사키역 바로 옆에 있는 대형 쇼핑몰 ‘라조나’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현대적인 건물 속에 패션 브랜드, 전자제품 매장, 카페, 음식점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주말이면 음악 공연이나 플리마켓도 자주 열리고, 계절에 맞춘 이벤트가 많아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들이 특히 많습니다.

저는 이곳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는 걸 좋아합니다. 일본식 카레, 라멘, 오므라이스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가 다 모여 있어, 고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죠. 식사 후에는 옥상 정원이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멀리 보이는 기차와 건물들을 바라보는 것도 은근히 여유롭습니다.

다마가와 강변, 조용한 오후의 산책길

쇼핑몰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다마가와 강변이 나옵니다. 이곳은 가와사키와 도쿄를 나누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휴식과 운동의 장소입니다. 강변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노부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풍경이 이어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늦은 오후입니다. 해가 기울면서 강물 위로 황금빛이 번지고, 멀리 철교를 지나는 기차 소리가 은은하게 들립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강 위에 잔물결이 일렁이고, 그 물결에 햇빛이 부서지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그 순간만큼은 도쿄나 요코하마의 번잡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작은 지방 도시에 온 듯한 평온함이 찾아옵니다.

가와사키시는 ‘크게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머물수록 매력이 보이는 도시’입니다. 가와사키 대사에서 고요함을, 라조나에서 활기를, 다마가와 강변에서 평화를 느낄 수 있죠. 도쿄 여행 중 하루를 빼서 들러본다면, 다른 일본의 모습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 하루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릅니다.